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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 소녀] 마야 유타카의 일본 추리소설 추천

일본은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추리 소설 분야도 강국인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이번 연휴 때 읽은 마야 유타카의 추리소설 (2012)다. 는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도 오른 소위 일본의 신본격 2세대 작가라는 마야 유타카가 소녀 명탐정의 탄생을 그린 추리 소설이다. 내가 '애꾸눈 소녀'를 만난 것은 순전히 일본 추리소설 열혈 애독자 X 덕분이다. 이 소설을 읽은 X가 아주 '자극적'이라고 흥분해서 추켜 세웠다. 내가 "좀 유치한 구석이 너무 많은데"라고 반론을 제기하자 그는 아직 '추리 소설을 감상할 줄 아는 식견'이 없어 그렇다고 면박을 줬다. 그 말이 맞기는 맞다. 아직 나는 일본 추리소설을 평할만큼 그렇게 많이 접하지는 못..

추리 SF판타지 2020.05.03

[일본 소설 추천]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의 인간조건에 대하여

무라타 사야카의 중편 소설 은 인간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의 조건에 맞는 삶일까? 소설 을 읽어보면 우리 모두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이 아닐까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 세상은 어떤 이에게 천국과도 같고, 어떤 이에게는 지옥과도 같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 무라타 사야카 소개 1979년생인 작가는 다마가와 대학 시절 때부터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으며, 졸업 후에도 18년째 편의점 알바를 하며 소설을 쓴다고 한다. 무라타 사야카는 (2003)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2009)로 제31회 노마문예신인상을, 그리고 (2016)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이 3대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는 사야카를 포함해 단 세 ..

문학 소설 2020.05.01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서로 다른 결말들

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1899-1961)는 전쟁과 모험을 탐닉한 소설가였다. 그의 소설 (1940)와 (1929)는 스페인 내전과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의 경험의 산물이다.헤밍웨이는 195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는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두 차례의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헤밍웨이의 이러한 기질은 낚시와 사냥, 권투를 즐긴 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듯하다. 그의 어머니는 원래 성악가였는데, 그녀는 헤밍웨이를 여장시키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예쁜 여자애 옷을 입고 돌사진을 찍었다. 그런 엄마를 헤밍웨이는 평생 증오했다.훼밍웨이는 사고 후유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1961년 엽총으로 자살했다. 그의 나이 62세였다. 그의 아버..

문학 소설 2020.04.30

[창조하는 뇌] 창의적일 때, 뇌 속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데이비드 이글먼의 알차고 재미있는 뇌과학 입문서 을 읽고, 그가 예술가 앤서니 브란트와 공저한 (2019)을 연달아 읽었다. 는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여 창조성을 발휘하는지 탐구한 교양서적이다.창의적인 일을 할 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기발한 아이디어는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여 우리 앞에 툭 던져주는 것일까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답을 묶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에서 데이비드 이글먼이 밝혔듯이 우리 뇌는 생존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걷기나 말하기, 자전거 타기 등은 절차적 기억으로 하드웨어에 저장하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그렇게 해서 남은 에너지들은 새롭고 낯선 일들에 동원된다. 즉 우리 뇌는 익숙한 일에는 신경을 덜 쓰고, 새롭고 낯선 일에는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이다.아..

책 읽는 밤 2020.04.24

[자기 계발]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장원청

봄비가 내리고 있다. 비 오는 주말, 심리학이라는 타이틀을 단 두 권의 책을 읽었다. 공교롭게도 두 권 다 중국인이 쓴 책이었다. 한 권은 어제 포스팅한 이고, 한 권은 장원청의 이다. 각각 올해 2월과 3월,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됐다.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마음의 텃밭에 오늘처럼 비가 내릴 때, 심리학 관련 책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는 내가 찾던 책이 아니었다. 심리학 비전공자가 쓴 처세술에 관한 책이었으니 실망이 컸다.도 마찬가지였다. 심리학과 처세술을 짬뽕시킨 책이었다. 책의 많은 부분이 처세술 관련 책에서 인용한 내용들로 뒤덮여 있었는데, 원 저작자들에게 허락을 받고나 전재한 것인지도 의문이 들었다. 특히 데일 카네기의 의 일화들은 무더기로 인용돼 있었다.이 책은 무려 75가지..

책 읽는 밤 2020.04.19

[처세술] 서른 전에 한 번쯤은 심리학에 미쳐라, 웨이슈잉

나이 '서른' 무렵은 가혹하다. 아직 파릇파릇한 청춘이라고 생각하지만 섣부른 실수나 시행착오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나이다. 여기서 삐끗했다가는 안락한 마흔, 쉰은 없다는 위협감에 시달리는 나이다. 무엇보다 직장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에서 치열한 심리전을 치러야 하는 나이다.(2020)의 저자 웨이슈잉이 생각하는 나이 '서른'에 대한 관점이다. '도서편집 경력 10년 차인 유명한 출판기획자'로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심리학 비전공자인 것 같다. 책 내용도 심리학을 다룬 것이 아닌 처세술을 다룬 자기 계발서다.저자는 '심리학이라는 도구는, 서른 앞에 높인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안정감 있게 차근차근 오르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서문에서 적었지만 정작 책 내용은 비굴함을 감수..

책 읽는 밤 2020.04.18

[더 브레인] 알차고 재미있는 뇌과학 입문서 추천

뇌과학 입문서 (2017)의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서문에서 '삶에서 뇌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안할 때, 나는 왜 우리 사회가 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이토록 드물고 대신에 공공의 전파를 유명인의 사생활과 리얼리티 쇼로 채우는지 의문을 품곤 했다'고 한다. 우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어떻게 세상을 지각하는지,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조종되는지, 우리에게 타인들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호기심이 있다면 을 추천한다. 01 뇌는 어떻게 성장할까? 뇌가 생긴 모양을 보면 호두를 닮았다. 우리의 생각과 꿈, 기억과 경험이 모두 두개골에 밀봉된 1.4킬로그램의 이 이상한 신경물질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에 경외감이 든다. 뇌가 채택한 성장 전략을 보면 신비롭다. 태어날 때 뇌세포의 개수는 약 8..

책 읽는 밤 2020.04.17

[소설 지도]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누르딘 파라의 작품

소설 의 배경 누르딘 파라의 (2017)를 읽고 소말리아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됐다. '아덴만 여명 작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해군 청해부대가 2011년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만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작전이다.소설 는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와 에티오피가 오가덴 지역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1977년 벌인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제국들의 이해에 따라 영토가 분할 점령당하기도 했고, 내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제3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수상한 바도 있는 작가 누르딘 파라는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해마다 노벨상 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작품은 가 유일한 작..

문학 소설 2020.04.09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무기력하고 하루하루가 견디어내기 힘들 때는 심리학 책을 뒤적이게 된다. 심리학이 어떤 힘을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오늘은 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2015)을 손에 들었다.책 표지의 "당신에게 당부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을"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라는 뜻이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면서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우니까.어차피 삶은 누가 대신 살아주지도 않고, 누가 대신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주체적으로 삶의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한다는 말이다.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언제가 우연히 듣게 된 초로의 늙은이들의 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 늙은이..

책 읽는 밤 2020.04.04

[소설 아몬드] 우리에게는 아몬드가 있을까?

작품 소개 손원평 작가의 첫 장편 데뷔 작품으로 제10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다. 출판평론가 한기호는 소설 를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평했지만, 이 소설을 장르문학으로 보기 어렵다. 아마도 그의 평은 좋은 소설의 판촉을 돕기 위한 '선의'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나도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 영 어덜트 소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판타지의 세계에서 주인공들이 분루를 삼키며 성장한다는 것이 기본 설정이지만 는 주인공이 현실 세계에서 발을 딛고 결핍을 치유해가는 성장 스토리를 담은 순수 문학에 속한다. 손원평 작가는 으로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했고, 여러 단편영화들을 감독했고, 스릴러 영화 (송지효, 김무열 주연)를 3월 개봉하려다 코로나로 연기되어 장편..

문학 소설 202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