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밤

[창조하는 뇌] 창의적일 때, 뇌 속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책 읽는 밤 2020. 4. 24.

데이비드 이글먼의 알차고 재미있는 뇌과학 입문서 <더 브레인>을 읽고, 그가 예술가 앤서니 브란트와 공저한 <창조하는 뇌>(2019)을 연달아 읽었다. <창조하는 뇌>는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여 창조성을 발휘하는지  탐구한 교양서적이다.

창의적인 일을 할 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기발한 아이디어는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여 우리 앞에 툭 던져주는 것일까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답을 묶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 브레인>에서 데이비드 이글먼이 밝혔듯이 우리 뇌는 생존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걷기나 말하기, 자전거 타기 등은 절차적 기억으로 하드웨어에 저장하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그렇게 해서 남은 에너지들은 새롭고 낯선 일들에 동원된다. 즉 우리 뇌는 익숙한 일에는 신경을 덜 쓰고, 새롭고 낯선 일에는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처음 할 때는 굉장히 흥미 있어하다가 그 놀이가 익숙해지면 시들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러한 현상은 어른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불꽃이 일다 서서히 사그라지는 연애의 경로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익숙함을 싫어하고, 익숙하여 지루해지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낯설고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본능이 내장되어 있다. 헤어스타일을 이리저리 바꾸고, 별로 다를 바 없는 신상에 열광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뇌는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나갈까? 데이비드 이글먼에 따르면 창조하는 뇌가 채택하는 전략은 세 가지다. 휘기와 쪼개기, 그리고 섞기다. 

휘기, 쪼개기, 섞기는 뇌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토대다. '휘기'는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을 벗어나고, '쪼개기'는 전체를 해체하고, '섞기'에서는 2가지 이상의 재료를 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을 말한다. 저자들은 수많은 그림, 건축물 등 사진자료를 동원하여 세 가지 과정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마음은 휘기와 쪼개기, 섞기를 적절히 사용해 자신의 경험을 비틀고 나누고 합쳐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인류 문명은 이 같은 파생, 재조립, 재결합이라는 구불구불한 가지에서 꽃을 활짝 피워왔다.

"매년 꿀벌은 두 무리로 나누어 일한다. 절반은 현재 위치에 그대로 머물고 절반은 새로운 집을 건설할 꽃이 많은 들판을 찾는다. 이때 가장 풍요로운 들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꿀벌은 일종의 정찰대를 보낸다. 이들 정찰대는 상방으로 흩어져 서로 다른 거리로 날아간다."(198쪽)

저자는 꿀벌처럼 현재 기준에서 먼 곳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날아갈 때 창의성이 생기고 다양한 옵션이 생긴다고 한다. 구글은 70/20/10 원칙에 따라 회사 자원의 70%는 핵심 사업에, 20%는 최근의 아이디어에, 나머지는 10%는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투입한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의 서로 다른 결말을 담은 초안을 무려 47개나 썼다. 피카소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27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58점이나 그렸다. 

활발한 뇌는 아이디어를 맹렬히 쏟아내면서 경쟁한다. 그중 일반 의식 속으로 들어가며 대개는 필요한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사그라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옵션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창조하는 뇌>의 결론이라고 해도 좋을, 영국의 분자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의 말을 저자들은 인용해 놓았다. 저 말은 자연계와 인간 사회에, 특히 투자의 세계에서도 두루 통용될 혁신적인 경구라고 생각한다.

"단 한가지 이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위험하다. 그런 사람은 목숨을 걸고 그 이론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