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2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추리 소설

요즘 추리 소설에 자꾸 손이 간다. 불확실성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어 내다보니 그렇게 된다. 오늘은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여성 추리 작가로 손꼽힌다는 P. D. 제임스의 (2018)을 골랐다.주인공 코델리아 그레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죽었고, 철없는 아빠를 둔 덕에 수녀원에서 자랐다. 대학은커녕 임시직을 전전하다 탐정 버니 프라이드와 동업자가 된다. 그녀의 나이는 22살이었고, 버니는 무능하다는 이유는 런던 경시청에서 해고된 경찰이었다.그러나 동업자 버니는 편지 한 통과 권총 한 자루를 그녀에게 남기고 자살한다. 사설 탐정이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말에도 아랑곳없이 코델리아는 혼자 탐정사무소를 운영해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녀에겐 가족도, 친구도, 믿을만한 인맥도 아무것도 없..

추리 SF판타지 2020.03.11

나의 사촌 레이첼,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 것일까?

대프니 듀 모리에의 을 읽고 충격에 빠졌다. 필립과 레이첼의 비극적인 사랑은 제쳐두고서도 서스펜스의 여제라고 불리는 추리 작가가 어찌 이토록 감미로운 연애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자라면서 남자가 되고 싶었다'는 대프니 듀 모리에라지만 여성 작가가 어떻게 그렇게 남자의 내밀한 속마음을 세밀하게도 그려낼 수 있었을까도 궁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은 주인공 '필립'의 1인칭 시점 소설이다. 여성 작가가 남주 1인칭 시점 소설을 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남자가 되고 싶었던 욕망이 강했던 것일까?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스무네 살 필립은 피렌치에서 요양 중이던 사촌 형 앰브로즈로부터 뜻하지 않은 편지들을 받게 된다. 앰브로즈가 레이첼이라는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그러나 행..

문학 소설 2020.03.10

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 세계관과 1-2권 줄거리

성별 결정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이 만들어낸 만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요시무라 츠무지의 입니다.이 세계에서 인간은 성별 없이 태어난다. 열두 살이 될 무렵, 비로소 자기가 되고 싶은 성으로 점점 몸이 변화하기 시작하여 열네 살이 되면 남성이나 여성으로 모습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는 설정이다.이 세계에서는 성을 자신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인가! 한 번쯤은 자신의 성별을 바꾸어 보고 싶다는 유혹을 어렸을 때 받아보았을지 모르겠다.주인공 '히나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성별이 없는 상태로 18번째 봄을 맞이한다. 친구들은 모두 여자 아니면 남자가 되었는데 자신만 혼자 무성별자가로 남았다니 이 얼마나 당혹스럽겠는가?는 현재 2권까지 발행되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성별이 ..

그래픽 노블 2020.03.08

목소리를 드릴게요, 정세랑의 첫 SF 단편집

1984년생인 정세랑은 판타지와 순수문학을 오가는 특이한 작가다. 2020년은 SF 단편집을 내기에 완벽한 해가 아닌가 싶었다고. 그녀가 8년 동안 썼던 SF 단편 7편을 에 엮었다. 첫 번째 초단편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을 읽었을 때, 당혹감이 들었다. 작가가 도대체 뭘 말하려는지 도통 감히 잡히지도 않았고 이게 과연 소설인가도 싶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다음 단편을 읽어 나갈수록 작가가 펼쳐 놓은 세계관 속으로 푹 빠져 들고 말었다. 뭉클함은 표제작 '목소리를 드릴게요'와 마지막 수록작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에서 정점을 찍었다. 아,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작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에 경배를 보냈다.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에서 양궁 메달리스트 정윤이 그녀에게 남겨진 마지막 화살을 ..

추리 SF판타지 2020.03.04

독고솜에게 반하면, 마녀와 여왕 그리고 탐정 소녀 이야기

작가 허진희의 첫 단행본 은 열네 살 여중생들의 이야기다. 마녀가 등장하고 여왕이 등장하고 탐정이 등장한다. 거기다 책 표지는 만화다. 분위기로 봐서는 영락없는 라노벨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제10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은 화자가 둘이다. 탐정 소녀 서율무와 여왕 단태희의 시점에서 마녀 독고솜이 서술된다. 마녀 독고솜은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다. 이 시대에 검은 원피스를 즐겨 입는 마녀가 등장하다니! 어느 날 탐정 서율무가 다니는 학교에 마녀 독고솜이 전학 온다. 그 학교의 여왕 단태희는 똘마니 박선희를 시켜서 독고솜을 손 봐준 뒤에는 이내 관심을 꺼버린다. 탐정 놀이에 빠진 서율무와 친한 걸 보니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해서다. 여왕 단태희의 눈에는 열네 살이나 ..

추리 SF판타지 2020.03.03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가볍고 경쾌한 일본 추리소설 추천

재미있는 추리 소설 한 편을 소개한다. 가볍고 경쾌하다. 일본 작가 히가시가와 토쿠야의 추리소설 이다. 읽으면서 좀 키득거렸다. 는 6편을 한 권에 묶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 같은 전개 방식을 따른다. 쿠니타치 서의 형사 호쇼 레이코가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 해결하지 못하고 귀가하면 저녁 식사 후에 집사 카게야마가 사건 개요를 듣고 귀신같이 범인을 추리해낸다는 이야기다. 주인공 호쇼 레이코는 일본 재벌가 호쇼 그룹의 외동딸로 철딱서니 없는 신참 형사다. 그녀가 재벌가 딸이라는 것을 아는 동료 형사는 없다. 재벌가 무남독녀 호쇼가 경찰이 된 까닭은 막연한 동경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러니 수사 실력은 형편없다. 그녀의 사건 해결을 도맡아 해결해는 주는 집사 카게야마는 원래 프로야구 선수나 사설탐정을 하고..

추리 SF판타지 2020.03.02

시인장의 살인, 좀비 소설 또는 본격 미스터리 추리 소설?

일본의 추리 소설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데뷔작 은 좀비 소설인지, 살인을 주요 소재로 다룬 추리 소설인지 살짝 헷갈리는 미스터리 물이다. 주인공 하무라 유즈루는 회원이 단 두 명뿐인 신코 대학교 미스터리 애호회 회원이다. 회장은 아케치 교스케로 신코 대학 홈즈로 불리며 하무라를 왓슨이라 부른다. 어느 날 탐정 소녀로 이름이 난 켄자키 히루코가 나타나 아케치가 그렇게도 참여하길 원했던 영화 연구부의 여름 합숙에 자신이 아케치와 하무라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아케치가 그렇게도 애걸복걸해도 여름 합숙 참가가 허락되지 않았는데, 탐정 소녀 켄자키가 한방에 깨끗하게 해결한 것으로 보아 아케치보다 그녀의 실력이 한 수 위임을 알 수 있다. 켄자키 덕분에 영연부의 여름 합숙에 참가하면서도 아케치는 마냥 즐겁기만 하..

추리 SF판타지 2020.03.01

피어클리벤의 금화 2권, 줄거리와 주요 등장 인물 소개

한국 판타지 문학 2권까지 읽었다. 전 8권까지 발간 예정인 피어클리벤은 2권까지 발간되었고 3, 4권은 올해 초 발간 예정이라고 했는데, 하루빨리 발간하시길 바란다.1권에서 용의 한 끼 식사용이었던 주인공 울리케 피어클리벤은 2권에서 고블린 대사이자 진흥행정관에까지 오르며 탁월한 교섭 능력을 과시하며 동분서주, 맹활약한다. 이쯤에서 의 줄거리와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울리케 피어클리벤은 남작령 피어클리벤 가의 제8녀다. 어린 소녀지만 담대한 성격에 탁월한 교섭 능력을 갖고 있다. 작가는 울리케의 교섭 능력을 그녀의 다독에서 찾고 있다.1권에서 빌러디저드와 고블린과 동맹을 맺은 울리케는 2권에서 자치령 아우셀바프까지 진출하여 세력을 확장해가면서 아이슐리드로 대표되는 반역 세력이 있음을 감지..

추리 SF판타지 2020.02.26

고깔모자의 아틀리에 1권 줄거리와 세계관

시라하마 카모메의 는 마법을 소재로 한 일본 만화로 6권까지 발매가 되었다. 1권을 읽었는데, 세계관이 독특하다.시골 마을 소녀 코코는 어린 시절부터 마법사를 좋아했는데, 어느 날 수상한 마법사로부터 마법 그림책과 지팡이를 사게 된다. 마법 그림책을 읽고 또 읽었지만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 마법사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마법사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코코는 마법사의 꿈을 잊고 산다.그러던 어느 날 코코의 마을에 날개마차를 타고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오고, 마법사 키프리가 고장난 날개마차를 고치는 마법을 숨어서 보게 된다.키프리가 절대 마법을 거는 장면을 보지 말라고 신신 당부했지만 코코는 그 욕망을 참지 못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것처럼 그것은 코코에게 고난과 역경이 다가옴을 암시한다.그..

그래픽 노블 2020.02.25

피어클리벤의 금화 1권, 신서로의 판타지 장편 소설

신서로의 판타지 장편 소설 (2019)은 기대보다 흡인력이 강했다.해리포터 시리즈나 트와일라잇 시리즈, 브레이킹 던 시리즈를 완독한 판타지 문학 열혈 애독자가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건대 몇몇 단점만 보완하면 합격점을 받을 만한 수작이라 하겠다.피어클리벤 이야기를 읽으면서 김용의 이 자꾸 생각났다. 김용은 시간 경과를 '차 한잔 마실만큼' 등으로 즐겨 표현했다. 신서로의 문장에서도 '주전자 하나가 끓어오를 시간 만에' 등의 표현이 가끔 보인다.그리고 피어클리벤의 금화에는 한자어들이 읽기 거북할 정도로 매우, 매우 많이 남용된다. '아이를 키웠다'하면 될 것을 '아이를 훈육했다'라고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표현하는 지루한 빙식의 문장들이 너무 자주 나온다."용, 지상 최강의 포식자이자 맹수인 동시에 ..

추리 SF판타지 2020.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