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설 25

박상영 작가: 1차원이 되고 싶어, 그 시절 사랑 이야기

1차원이 되고 싶어: 젊은 작가상 대상·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박상영의 첫 장편소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10대 시절 우리를 할퀴었던 감정들이 기이한 문장들로 되살아난다. 1차원이 되고 싶어(문학동네, 2021)는 한국의 지방 도시 D시를 배경으로 십 대 퀴어 ‘나’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또래 친구 ‘윤도’와의 가슴 저릿한 사랑, 자유분방한 ‘무늬’와 나누는 동경 어린 우정이 ‘나’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그렸다. 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에서 작가는 "너무 각별해 차마 직면할 수조차 없었던 시절을 들어다 보는 게 두려웠지만 그 시절을 뛰어넘기 위해, 현재형의 공포를 과거의 한 시절로 남겨놓기 위해 썼으며(···), 소설 속 인물들의 치기 어린 질주로 말미암아 차마 들여다볼 수 없었던 과거의..

문학 소설 2022.06.03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줄거리와 결말, 하드보일드 소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줄거리와 결말 느와르 소설을 창시한 제임스 M. 케인의 데뷔작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1934)는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표작이자 알베르 카뮈가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인 의 영감을 이 소설에서 얻었다고 밝히기도 한 미국 문학의 고전입니다. 소설 는 미국 출판업계 최초의 베스트셀러였고, 현재까지도 영화와 오페라, 연극으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동명의 영화는 1946년과 1981년, 두 번 만들어졌습니다. 3만 5천 자에 불과한 이 짧은 소설의 어떤 점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일까요? 영화가 원작 소설을 잘 반영하고 있긴 하나, 디테일에는 아무래도 소설에는 미치지 못하므로 여기서는 (이만식 옮김, 민음사, 2007)를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소설에서는 한 번도 포스트..

문학 소설 2022.04.19

이방인 줄거리와 알베르 카뮈,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

이방인,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 카뮈가 묘사한 거짓말을 거부했던 한 청년의 이야기 알베르 카뮈와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1942년에 발표한 그의 첫 소설입니다. 일상에 무관심했던 청년 뫼르소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선고를 선고받은 후에도 신앙에의 귀의를 거부하고 자신의 죽음과 마주치면서 실존을 깨달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1942년, 이 소설로 단숨에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이끌었고, 이 작품은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롤랑 바르트는 "카뮈는 신화가 되었다. 종전 후, 최대의 걸작"이라고 평가했고, 장 폴 사르트르는 "이방인은 엄격한 질서를 갖춘 고전 작품으로, 부조리와 관련해서, 그리고 부조리에 맞서 쓰인 책이다"라고 평했습니다. 20세기 실존주의 ..

문학 소설 2022.04.07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장편소설

황정은의 간명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이 묘사하는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 전심전력의 사랑과 그 정도의 사랑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 2014)는 소라와 나나 그리고 나기, 세 남매의 어린 시절과 연애 이야기를 그린 장편 소설입니다. 소라와 나나는 피를 나눈 자매이고 나기는 어린 시절 이웃 방에 살았던 오라버니입니다. 소라와 나나, 나기는 모두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소라와 나나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하다 거대한 톱니바퀴에 말려들어 죽었고, 과일 장사를 하였던 나기의 아버지는 시장통에서 갑자기 쓰러져 죽었습니다. 소라와 나나는 아버지가 죽자 엄마 애자와 함께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그 지하 단칸방은 둘로 구획되어 현관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구조였습니다. 소라와 나나는 ..

문학 소설 2022.03.19

가슴 뛰는 소설: 첫사랑에서 청춘의 연애, 노년의 사랑까지

첫사랑부터 영원한 이별에 이르는 사랑, 가슴 뛰는 소설이 전하는 사랑 이야기 최진영, 박상영, 최민석, 이지민, 정세랑, 백수린, 권여선, 홍희정, 황정은 창비교육이 2020년 8월 발간한 가슴 뛰는 소설은 사랑을 주제로 9편의 작품을 엮어 만든 소설집입니다. 아래 목차에서 보듯 그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소설가 9인의 작품을 모았습니다. 가슴 뛰는 소설에 수록된 9편의 작품 모두, 사랑과 연애에 대한 높은 수준의 문장들을 보여줍니다. 최진영 작가와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본 블로그에서도 리뷰를 올린 바 있으니 작품 소개의 링크글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가슴 뛰는 소설은 풋풋한 첫사랑에서부터 온갖 좌절이 점철된 청춘의 사랑, 그리고 노년의 사랑까지, 우리들 삶에 찾아온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문학 소설 2022.02.16

줄리안 반스 '연애의 기억' 사랑이 끝나고 남는 것은?

전 생애를 온통 뒤흔든 연애의 기억 사랑은 질병처럼 경험되는 것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안 반스의 '연애의 기억'(다산책방, 2018)은 사랑의 시작과 끝에 대해 탐구를 거듭하는 소설이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아마도 가장 슬픈 사랑의 전형이 아닐까 한다. 열아홉 대학생과 마흔여덟 유부녀의 사랑 이야기는 그 결말을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줄리안 반스의 은 통속적인 연애 소설과는 그 결이 많이 다르다. 3부로 이루어진 은 일흔 살에 접어든 주인공이 50여 년 전, 십대의 끝자락에 있었던 격렬했던 사랑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1인칭으로 시작하여 2인칭이 혼재다가 3인칭으로 마무리한다. 엔딩은 1인칭으로 짤막하게 서술된다. 사랑에 대한 기억을 주관과 객관을 섞어 이야기한다. 인..

문학 소설 2022.02.04

연애소설 추천 : 모니카 사볼로의 '나랑 상관없음'

자전적 연애소설의 최고봉 오늘 같이 추운 겨울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 맞다 맞다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연애소설 한 편 소개합니다. 프랑스 여류 소설가 모니카 사볼로가 쓴 '나랑 상관없음'이라는 연애소설입니다. 작가 모니카 사볼로는 잡지 와 에서 편집자였는데요. 소설 은 그녀가 잡지사에 면접을 보러 가서 면접관이었던 팀장에게 연애감정에 빠져들고, 모든 연애가 그렇듯 결국은 헤어지게 되는 전 과정을 그린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2014년 국내에 소개된 이 짧은 연애 소설은 우리나라의 젊은 청춘 남녀들에게 작은 연애 사전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연애심리를 아주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는 연애소설의 백미입니다. 파격적인 형식, 나랑 상관없음 은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아요. 이 강렬한 첫 문장은 이 소..

문학 소설 2022.01.10

달까지 가자, 장류진 장편소설 데뷔작

'달까지 가자'(2021)는 장류진의 첫 장편 소설입니다. 그녀의 첫 번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신간이 나왔다길래 읽어 보았습니다. 역시 빠르게 잘 읽히는 문장이었습니다. 달까지 가자라는 제목을 보고 달달한 로맨스 소설일까 상상을 해봤는데요. 땡, 이 소설은 팍팍한 현재를 살아가는 20~30대 여성들의 세태를 그린 소설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지금 어디에선가 살고 있을 언니들의 수다를 들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인공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대기업 마론제과에 다니는 정다해와 강은상, 김지송입니다. 화자는 정다해입니다. 셋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공채 출신이 아니라 회사 안에서 '근본 없는 애'라는 은근한 차별을 받고 있는 처지입니다. 셋이 온라인에서 수다를 떠는 그룹..

문학 소설 2021.12.31

최진영 '구의 증명' 슬픔마저 뛰어넘는 지독한 사랑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2015)은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로 접하는 노벨라 시리즈네요. 황현진 작가의 '달의 의지'와 이영훈 작가의 '연애의 이면', 둘 다 느낌이 좋았기에 짬나는 대로 노벨라 시리즈를 접하고 있습니다. 노벨라는 단편의 짜릿함과 장편의 여운이라는 컨셉으로 은행나무가 기획한 중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짧은 글을 소비하는 시대의 트렌드에 맞춘 기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두 시간이면 후딱 읽을 수 있으니까요. '구의 증명'은 중편 소설이지만 여운이 묵직하게 남습니다.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사랑과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밀도를 묵직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만큼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가운데, 주인공인 '구'와 '담'의 ..

문학 소설 2021.12.06

연애의 이면, 불운한 연애 끝에 만난 완벽한 남자

소설가 이영훈의 은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의 열한 번째 작품으로 불운한 연애 끝에 만난 완벽한 남자와의 위험한 연애를 그린 중편 소설입니다.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는 삼사백 매 분량의 중편소설로 요즘 트렌드에 맞게 빠른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1978년 서울 출생인 소설가 이영훈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8년 단편소설 가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입니다. 장편 소설 로 제18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고 2012년 로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따라가는 중편 소설 의 주인공은 대기업의 말단 계약직 사원 '우연희'입니다. 우연희를 보면 요즘 저런 여성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착해서 울화통이 터질 지경입니다. 허구한 날 남의 일을 뒤치다꺼리하느라 ..

문학 소설 2021.10.05

달의 의지, 삼십 대 여성의 연애와 이별 극복기

도서출판 은행나무의 노벨라 시리즈 여섯 번째 수록 작품인 황현진의 (은행나무, 2015)는 최근 읽었던 소설 중에서 몰입도가 가장 좋았던 작품입니다. 탄력적인 문장에 분량도 130쪽 남짓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중편소설입니다. 중편 소설 의 주인공은 삼십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몇 년 전 소설을 한 권 펴냈지만 지금은 공기업의 사보 잡지에 인터뷰 기사를 투고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가는 오랜 연애 끝에 남자와 헤어진 삼십 대 여성의 심리를 아주 흥미로운 관점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가 황현진은 2011년 장편소설 로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습니다. 장편소설로는 과 가 있고 단편소설 , 소설집 등을 펴냈습니다. 소설의 제목 '달의 의지'는 중의적인 의미로 쓰인 것 같습니다. 지구의 위성..

문학 소설 2021.10.03

김소연 시집 "수학자의 아침" 삼각형과 선분, 원주율의 세계

수학은 한없이 비정한 세계다. 참과 거짓 외에는 그 어떤 불순한 세력도 진입을 허락지 않는다. 너무나 드라이해서 감성이 자랄 영토는 없다. 그런데 시인 김소연은 수학을 매개로 시를 썼다. 그래서 은 귀한 시집이다. 김소연 시인은 1993년 에 '우리는 찬양한다'로 시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등단 후 와 , 등 세 권의 시집을 냈다. 은 네 번째 시집이다. 산문집에 ,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2010)과 현대문학상(2012)을 수상했다. 시인 김소연이 수학을 전공했는지는 알 수는 없으나 에 실린 시들로 보아 아마도 수학은 전공하지 않은 것 같다. 청춘기에는 누구나 수학을 탐한다. 지고지순하고 그 무결한 그 세계를, 참이 될 때까지 무한히 증명할 수 없으면 결코 들어갈 수 없는 그 완전한 세계를, 시인도 아마..

문학 소설 2021.08.02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줄거리, 로맹 가리 두 번째 공쿠르 수상 소설

로맹 가리의 은 열네 살 고아 소년 모모가 자신을 키워준 로자 아줌마가 나이들고 병들어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입니다. 로맹 가리는 1956년 발표한 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였고,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으로 두 번째 공쿠르 상을 수상했습니다. 한번 수상한 작가에게는 수여하지 않는 프랑스 최고 권위 공쿠르상은 신인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우수한 소설 작품을 뽑아 수여하는데 프랑스의 아카데미 공쿠르가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로맹 가리는 전무후무하게 공쿠르 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로맹 가리의 생애 로맹 가리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1914년 5월 8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습니다...

문학 소설 2021.07.20

체호프 단편선, 관리의 죽음 등 주옥같은 안톤 체호프 단편 10선 모음

민음사가 발간한 (2002)은 발간 당시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 중에서 역자 박현섭이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한 10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1860-1904)는 에드가 앨런 포, 모파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단편작가로 불리고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안톤 체호프 인생사 체호프의 아주 힘든 유년시절을 보낸 것으로 짐작됩니다. 할아버지는 농노였지만 돈으로 자유시민이 되었고, 체호프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는 식료품 가게를 도왔다고 왔니다. 안톤 체호프가 문인이 된 것도 자발적이라기보다는 먹고살기 위한 한 방편으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한 체호프는 1880년부터 학비와 가족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문학 소설 2021.03.23

정세랑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 근대사의 매력적인 캐릭터 심시선

정세랑의 는 그간 읽었던 정세랑의 소설들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정세랑의 첫 SF 단편집 를 읽고 그녀의 소설에 빠져들었고 을 읽으면서 열렬한 독자가 되었다. 장편소설 는 심시선이라는 할머니와 그 딸들, 손녀들의 이야기이다. 심시선에게는 물론 아들과 손자가 있고 사위가 있으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곁가지로 다룬다. 소설가 정세랑은 모계사회를 많이 그리워했던 모양이다. 첫 장에 심시선 가계도가 그려져 있는데, 등장인물만 해도 17명이다. 가계도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까지 치면 족히 스무 명은 넘을 것 같다. 한 권의 소설에 담기에는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를 읽어 나갈수록 '귀엽고 웃기는 소재를 충분히 귀엽고 웃기게 쓰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넓고 깊은 성찰을 푹푹 찔러넣는 정세랑 ..

문학 소설 202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