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SF판타지

[애꾸눈 소녀] 마야 유타카의 일본 추리소설 추천

책 읽는 밤 2020. 5. 3.

일본은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추리 소설 분야도 강국인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이번 연휴 때 읽은 마야 유타카의 추리소설 <애꾸눈 소녀>(2012)다.

<애꾸눈 소녀>는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도 오른 소위 일본의 신본격 2세대 작가라는 마야 유타카가 소녀 명탐정의 탄생을 그린 추리 소설이다.

내가 '애꾸눈 소녀'를 만난 것은 순전히 일본 추리소설 열혈 애독자 X 덕분이다. 이 소설을 읽은 X가 아주 '자극적'이라고 흥분해서 추켜 세웠다.

내가 "좀 유치한 구석이 너무 많은데"라고 반론을 제기하자 그는 아직 '추리 소설을 감상할 줄 아는 식견'이 없어 그렇다고 면박을 줬다. 그 말이 맞기는 맞다. 아직 나는 일본 추리소설을 평할만큼 그렇게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

<애꾸눈 소녀>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부모를 모두 잃은 '다네다 시즈마'는 실의에 빠져 자살하기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 고토노유 온천을 찾아간다. 그 마을에는 자살하기에 딱 좋은 천년의 전설이 스린 용의 연못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네다 시즈마는 용의 연못에서 열일곱 살 탐정 소녀 '미사사기 미카게'를 만나고, 고토노유 마을의 유서 깊은 가문 '고토사키 가'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미카게의 수습 조수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작품의 명성과는 달리 <애꾸눈 소녀>는 문장도 유치했고, 너무 가장된 설정과 반전이 넘쳐났다. 가령 탐정소녀 미사기 미카게는 그녀와 어머니와 딸, 삼대가 같은 이름을 쓰고 외모도 쌍둥이만큼이나 닮았다던지, 고토사키 가문은 언제나 세 쌍둥이를 낳고, 차례로 죽어간다는 억지 설정이 좀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꾸눈이 범인을 추리해가는 논리들이 너무 빈약하고 억지로 범인을 끼워맞추는 방식은 유치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왔다. 맙소사, 이런 작품이 본격 미스터리 대상작이라니!

<애꾸눈 소녀>는 냉정하게 말하면 일종의 기만적인 추리소설이다. 작가와 탐정이 공모하여 결론 부에 이르러 슬며시 "그때 사실은 이랬다"라고 밝히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가 주인공과 공모하여 독자를 속이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두툼한 이 추리 소설을 끝까지 읽은 것은 스가루와 얽힌 천년의 전설, 그리고 미카게와 시즈마의 풋사랑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추리소설로 읽은 것이 아니라, 연애소설로 읽었다고나 할까?

아, 물론 X의 극찬도 한몫 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