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밤

[처세술] 서른 전에 한 번쯤은 심리학에 미쳐라, 웨이슈잉

책 읽는 밤 2020. 4. 18.

나이 '서른' 무렵은 가혹하다. 아직 파릇파릇한 청춘이라고 생각하지만 섣부른 실수나 시행착오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나이다. 여기서 삐끗했다가는 안락한 마흔, 쉰은 없다는 위협감에 시달리는 나이다. 무엇보다 직장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에서 치열한 심리전을 치러야 하는 나이다.

<서른 전에 한 번쯤은 심리학에 미쳐라>(2020)의 저자 웨이슈잉이 생각하는 나이 '서른'에 대한 관점이다. '도서편집 경력 10년 차인 유명한 출판기획자'로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심리학 비전공자인 것 같다. 책 내용도 심리학을 다룬 것이 아닌 처세술을 다룬 자기 계발서다.

저자는 '심리학이라는 도구는, 서른 앞에 높인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안정감 있게 차근차근 오르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서문에서 적었지만 정작 책 내용은 비굴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닳고 닳은 심리전을 동원하여 인간관계에서 승리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아직은 꽃다운 시기일, '나이 서른'이 취할 관점은 아닌 것 같다.

'당시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였던 시카고에는 내로라하는 이름난 변호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링컨을 환영하지 않았고 시골뜨기라며 냉대했다...(중략) 링컨은 모욕을 당하고도 기죽지 않았고, 오히려 더 분발해서 미국의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한때 그를 무시하고 무례하게 굴었던 사람들은 여전히 변호사로 남아 있었다.'

"서른 살의 사전에서 '자존심'이란" 꼭지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제목이 기이할 정도로 긴 이 책의 각 꼭지들은 대부분 이러한 유명인의 일화나 에피소드를 인용하여 채웠다. 중국 고사들도 지겨울 정도로 많이 인용되어 있다. 그러니 가벼운 잡지를 읽는 느낌이다.

저자는 끝까지 살아남는 비결로 주변에 묻힌 듯 위장하라고 말한다. '보호색을 이용해 짐짓 주변에 묻힌 듯이 위장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최대의 힘을 발휘해야 판세를 나에게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웨이슈잉의 이 책을 읽고, 이른바 중국적 관점이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노회하고 정략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람과의 관계도 교묘하게 이용하고야 말겠다는 음험한 시각 말이다. 

인간관계의 심리전을 다루고 처세술을 다룬 책에 왜 '심리학'을 갖다 붙였을까? 독자들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관점에 아마도 심리학을 갖다 붙였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로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이니 독자들이 심리학을 많이 찾게 될 것이라 추측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 '심리학'을 이용해야겠다고 저자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책 표지에 굵게 인쇄되어 있는 '서른 이후 세상은 심리전이 난무하는 난장판이다.'라는 문구는 저자의 사고가 얼마나 편협하고 정략적인지 잘 보여준다.

저자는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한 어떤 사회학적인, 심리학적인 고찰도 없이 그저 나이 서른이 되면 순진함은 벗어던지고 온갖 심리전술로 무장해서 승리하라고 말한다. 때아닌, 심리학의 수난시대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