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설

[일본 소설 추천]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의 인간조건에 대하여

책 읽는 밤 2020. 5. 1.

무라타 사야카의 중편 소설 <편의점 인간>은 인간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의 조건에 맞는 삶일까?

소설 <편의점 인간>을 읽어보면 우리 모두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이 아닐까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 세상은 어떤 이에게 천국과도 같고, 어떤 이에게는 지옥과도 같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 무라타 사야카 소개

1979년생인 작가는 다마가와 대학 시절 때부터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으며, 졸업 후에도 18년째 편의점 알바를 하며 소설을 쓴다고 한다.

무라타 사야카는 <수유>(2003)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은빛의 노래>(2009)로 제31회 노마문예신인상을, 그리고 <편의점 인간>(2016)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이 3대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는 사야카를 포함해 단 세 명뿐이라고 한다.

작가는 편의점에서 일하다 아쿠타가와상 시상식에 바로 갔다고 말했다. 지금도 주 3회 편의점에서 일하며 작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편의점 인간이 틀림없어 보인다.

편의점 인간 줄거리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작가처럼 대학 1학년 때부터 시작한 편의점에서만 18년째 알바를 하고 있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동안 편의점 점장은 여덟 번째 바뀌었다.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지만, 게이코는 매일 편의점 음식을 먹고 편의점 매뉴얼대로 행동하고 일하는 것이 그저 편할 뿐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여동생이 가르쳐 준 행동 매뉴얼과 편의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흉내 내며 근근이 '보통 인간'처럼 살아간다.

"편의점에 계속 있으려면 '점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건 간단한 일이에요. 제복을 입고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돼요. 세상이 조몬(일본의 신석기 시대)이라면, 조몬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보통 사람이라는 가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112쪽)

편의점은 게이코가 유일하게 세상과 접속하고 안주할 수 있는 장소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왜 결혼도 하지 않고, 알바만 하고 있느냐는 사회적 눈총을 신경쓰게 된다.

어느 날 시라하라는 청년이 편의점 알바로 오면서 게이코는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다.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시라하는 직장에서도 쫓겨나고 월세가 밀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 처지였다.

시라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밑바닥 쓰레기 인생이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그러한 편의점도 시라하의 불성실한 태도에 질려 그를 해고시켜 버린다.

결혼을 하면 사회적 눈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게이코는 그런 목적에서라면 시라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시라하는 욕조에서 게이코가 주는 '먹이'를 받아 먹으며, 둘은 사육 같은 동거를 시작한다.

편의점 인간 독후 감상

이 소설을 읽으며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의 선윤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후루쿠라 게이코와 같은 삶을 살까라고 상상을 해보았다.

게이코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그 '연대감'이나 '정서'가 없다. 그래서 행동 하나하나를 편의점 매뉴얼대로 행동하며 '보통 인간인 척' 위장하며 산다. 게이코가 기계 인간이나 로봇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게이코는 여동생에게 편의점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지시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기계 인간처럼 스스로 어떤 결정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의 종결부에서 후루쿠라 게이코는 "편의점의 점원이라는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는 갈 수 없다고 한다. 작가는 이 세상을 거대한 기계로 상정한다. 작가는 거대한 기계의 압축판으로서 편의점을 묘사한다.

편의점은 항상 존재하지만, 편의점에 진열되는 상품은 매일매일 교체되고 근무하는 점원들과 점장들도 교체를 거듭한다.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도 끊임없이 교체된다. 편의점은 자신 외에는 불변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게이코는 편의점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편의점의 목소리를 본능적으로 들으며 그녀의 모든 세포가 편의점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녀는 자신을 편의점이라는 기계의 일부, 편의점의 세포로서 규정한다.

따라서 게이코는 시라하 같은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녀는 편의점이라는 기계의 부품으로서만 존재하기에 편의점의 목소리에만 반응할 뿐이다. 그녀에게 인간의 감정이나 공감, 연대감은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물론, 게이코의 상태는 아주 극단적이다. 그러나 정도가 조금씩 다를 뿐, 우리 모두는 세상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공포를 갖고 매일을 살아간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라는 기계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잘 살아가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불면에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소설 <편의점 인간>은 그 경계의 접점에서 세상과 인간의 조건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