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설 25

안톤 체호프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새로운 사랑이 가능할까

세계 3대 단편 소설가로 꼽히는 안톤 체호프의 (문학동네, 2016)은 어느 시대에나 일어날 수 있는 연애 심리를 잘 담은 대표적인 단편 소설입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이 소설에 대해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이라고 극찬을 했을 정도로 읽는 묘미가 짜릿합니다. 문학동네가 펴낸 에는 하비에르 사발라의 그림이 삽화로 쓰였는데, 상징적이고 전위적인 여성의 그림들이라 사람들이 볼 때는 책을 살짝 덮어가며 읽어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드미트리 드미트리치 구로프가 러시아 크림반도에 있는 휴양도시 얄타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만나 연애감정을 느끼고 헤어지 지고 나서도 서로를 잊지 못해 다시 만나 미래를 약속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예요.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우리에게 눈부신 자유를..

문학 소설 2021.02.28

소설집 격리된 아이, 코로나가 삼켜버린 일상 속 아이들 이야기

도서출판 우리학교가 펴낸 는 코로나 바이러스 삼켜버린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세 편의 이야기를 묶은 청소년 소설집입니다. 주인공은 모두 고등학생입니다. 정명섭의 "격리된 아이"는 자가 격리를 하는 고등학생의 심리를 담았고, 김소연의 "거짓말"은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역학조사로 인하여 드러나는 당혹감을, 윤혜숙의 "마스크 한 장"은 마스크 한 장을 사긴 위해 지난한 하루를 보내는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입니다. #격리된 아이 엄마와 함께 미국에서 살던 도환은 코로나19를 피해 홀로 귀국길에 오릅니다. 도한은 아빠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이혼한 아빠에게는 연락하지 말라는 엄마의 당부로 격리시설을 거쳐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 홀로 2주간 격리됩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간 메스콤에서 보아왔던 해외 입국자의..

문학 소설 2021.02.24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장류진의 (2019)은 청춘남녀의 삶과 연애 등 20-30대의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8편의 소설을 묶은 소설집입니다.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21회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은 작품으로 장류진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창비가 홈페이지에서 '일의 기쁜과 슬픔'을 무료 공개하자 4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흔치 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김안나는 판교의 테크노벨리의 소규모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막내둥이인데요. IT 회사에 다니지 않았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아주 디테일한 세부묘사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소설입니다. 장류진은 소설 속 김안나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판교에서 작은 한 IT 회사에서 7년을 일하다 퇴사하고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썼다고 해요. 그리고 다시 회사에 들어갔는..

문학 소설 2021.01.13

[일본 소설 추천]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의 인간조건에 대하여

무라타 사야카의 중편 소설 은 인간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의 조건에 맞는 삶일까? 소설 을 읽어보면 우리 모두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이 아닐까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 세상은 어떤 이에게 천국과도 같고, 어떤 이에게는 지옥과도 같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 무라타 사야카 소개 1979년생인 작가는 다마가와 대학 시절 때부터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으며, 졸업 후에도 18년째 편의점 알바를 하며 소설을 쓴다고 한다. 무라타 사야카는 (2003)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2009)로 제31회 노마문예신인상을, 그리고 (2016)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이 3대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는 사야카를 포함해 단 세 ..

문학 소설 2020.05.01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서로 다른 결말들

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1899-1961)는 전쟁과 모험을 탐닉한 소설가였다. 그의 소설 (1940)와 (1929)는 스페인 내전과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의 경험의 산물이다.헤밍웨이는 195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는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두 차례의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헤밍웨이의 이러한 기질은 낚시와 사냥, 권투를 즐긴 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듯하다. 그의 어머니는 원래 성악가였는데, 그녀는 헤밍웨이를 여장시키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예쁜 여자애 옷을 입고 돌사진을 찍었다. 그런 엄마를 헤밍웨이는 평생 증오했다.훼밍웨이는 사고 후유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1961년 엽총으로 자살했다. 그의 나이 62세였다. 그의 아버..

문학 소설 2020.04.30

[소설 지도]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누르딘 파라의 작품

소설 의 배경 누르딘 파라의 (2017)를 읽고 소말리아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됐다. '아덴만 여명 작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해군 청해부대가 2011년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만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작전이다.소설 는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와 에티오피가 오가덴 지역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1977년 벌인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제국들의 이해에 따라 영토가 분할 점령당하기도 했고, 내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제3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수상한 바도 있는 작가 누르딘 파라는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해마다 노벨상 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작품은 가 유일한 작..

문학 소설 2020.04.09

[소설 아몬드] 우리에게는 아몬드가 있을까?

작품 소개 손원평 작가의 첫 장편 데뷔 작품으로 제10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다. 출판평론가 한기호는 소설 를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평했지만, 이 소설을 장르문학으로 보기 어렵다. 아마도 그의 평은 좋은 소설의 판촉을 돕기 위한 '선의'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나도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 영 어덜트 소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판타지의 세계에서 주인공들이 분루를 삼키며 성장한다는 것이 기본 설정이지만 는 주인공이 현실 세계에서 발을 딛고 결핍을 치유해가는 성장 스토리를 담은 순수 문학에 속한다. 손원평 작가는 으로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했고, 여러 단편영화들을 감독했고, 스릴러 영화 (송지효, 김무열 주연)를 3월 개봉하려다 코로나로 연기되어 장편..

문학 소설 2020.04.02

'호밀밭의 파수꾼'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J.D. 샐린저의 소설

윌리엄 포크너가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추켜 세운 소설, J.D. 샐린저의 . 케네디 대통령 저격 당시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가 갖고 있었다던 소설, 그리고 이 소설은 전세계 '콜필드 신드롬'을 일으켰다. 뉴스위크는 세계 최고의 책 50선에, 타임지는 현대 100대 영문 소설에, 영국 BBC는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00선에, 그리고 하버드대생이 가장 많이 읽는 책 20선에 을 꼽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X가 XX의 생일 선물로 픽했던 소설이다. 홀든 콜필드는 5개 과목 중에서 영어를 뺀 4개 과목에서 낙제를 해 펜시 기숙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다. 홀든은 퇴학 처분을 받기 3일 전날 밤,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뉴욕 거리를 정처없이 배회하며 방황한다. 그러니까 은 홀든 콜필드가 학교를 뛰쳐나와 방..

문학 소설 2020.03.24

나의 사촌 레이첼,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 것일까?

대프니 듀 모리에의 을 읽고 충격에 빠졌다. 필립과 레이첼의 비극적인 사랑은 제쳐두고서도 서스펜스의 여제라고 불리는 추리 작가가 어찌 이토록 감미로운 연애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자라면서 남자가 되고 싶었다'는 대프니 듀 모리에라지만 여성 작가가 어떻게 그렇게 남자의 내밀한 속마음을 세밀하게도 그려낼 수 있었을까도 궁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은 주인공 '필립'의 1인칭 시점 소설이다. 여성 작가가 남주 1인칭 시점 소설을 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남자가 되고 싶었던 욕망이 강했던 것일까?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스무네 살 필립은 피렌치에서 요양 중이던 사촌 형 앰브로즈로부터 뜻하지 않은 편지들을 받게 된다. 앰브로즈가 레이첼이라는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그러나 행..

문학 소설 2020.03.10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의 연애 소설

샬럿 브론테의 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언제 읽어도 강렬하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 소설가 샬럿 브론테의 비극적인 생애와 맞물려 오늘도 어디선가 그 고독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는 샬럿 브론테가 커러 벨이라는 중성적 필명으로 1847년 발표한 작품이다. 당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의식해 브론테가의 세 자매는 모두 자신들이 여성임을 숨기기 위해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다.19세기 가부장적인 영국 사회에서 발표된 는 최초의 여성 성장 소설로 평가받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장 소설이라기보다 연애 소설에 더 방점을 찍고 싶다.아주 어려서 고아가 된 제인 에어는 외숙모와 그 남매들에게 냉대를 받다 자선학교 로우드 학교에 보내진다.로우드 학교는 전염병이 돌아 40여 명의 학생들이 죽을 정도로 환경이..

문학 소설 2020.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