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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술] 서른 전에 한 번쯤은 심리학에 미쳐라, 웨이슈잉

나이 '서른' 무렵은 가혹하다. 아직 파릇파릇한 청춘이라고 생각하지만 섣부른 실수나 시행착오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나이다. 여기서 삐끗했다가는 안락한 마흔, 쉰은 없다는 위협감에 시달리는 나이다. 무엇보다 직장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에서 치열한 심리전을 치러야 하는 나이다.(2020)의 저자 웨이슈잉이 생각하는 나이 '서른'에 대한 관점이다. '도서편집 경력 10년 차인 유명한 출판기획자'로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심리학 비전공자인 것 같다. 책 내용도 심리학을 다룬 것이 아닌 처세술을 다룬 자기 계발서다.저자는 '심리학이라는 도구는, 서른 앞에 높인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안정감 있게 차근차근 오르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서문에서 적었지만 정작 책 내용은 비굴함을 감수..

책 읽는 밤 2020.04.18

[더 브레인] 알차고 재미있는 뇌과학 입문서 추천

뇌과학 입문서 (2017)의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서문에서 '삶에서 뇌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안할 때, 나는 왜 우리 사회가 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이토록 드물고 대신에 공공의 전파를 유명인의 사생활과 리얼리티 쇼로 채우는지 의문을 품곤 했다'고 한다. 우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어떻게 세상을 지각하는지,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조종되는지, 우리에게 타인들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호기심이 있다면 을 추천한다. 01 뇌는 어떻게 성장할까? 뇌가 생긴 모양을 보면 호두를 닮았다. 우리의 생각과 꿈, 기억과 경험이 모두 두개골에 밀봉된 1.4킬로그램의 이 이상한 신경물질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에 경외감이 든다. 뇌가 채택한 성장 전략을 보면 신비롭다. 태어날 때 뇌세포의 개수는 약 8..

책 읽는 밤 2020.04.17

[소설 지도]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누르딘 파라의 작품

소설 의 배경 누르딘 파라의 (2017)를 읽고 소말리아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됐다. '아덴만 여명 작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해군 청해부대가 2011년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만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작전이다.소설 는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와 에티오피가 오가덴 지역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1977년 벌인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제국들의 이해에 따라 영토가 분할 점령당하기도 했고, 내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제3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수상한 바도 있는 작가 누르딘 파라는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해마다 노벨상 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작품은 가 유일한 작..

문학 소설 2020.04.09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무기력하고 하루하루가 견디어내기 힘들 때는 심리학 책을 뒤적이게 된다. 심리학이 어떤 힘을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오늘은 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2015)을 손에 들었다.책 표지의 "당신에게 당부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을"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라는 뜻이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면서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우니까.어차피 삶은 누가 대신 살아주지도 않고, 누가 대신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주체적으로 삶의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한다는 말이다.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언제가 우연히 듣게 된 초로의 늙은이들의 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 늙은이..

책 읽는 밤 2020.04.04

[소설 아몬드] 우리에게는 아몬드가 있을까?

작품 소개 손원평 작가의 첫 장편 데뷔 작품으로 제10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다. 출판평론가 한기호는 소설 를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평했지만, 이 소설을 장르문학으로 보기 어렵다. 아마도 그의 평은 좋은 소설의 판촉을 돕기 위한 '선의'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나도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 영 어덜트 소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판타지의 세계에서 주인공들이 분루를 삼키며 성장한다는 것이 기본 설정이지만 는 주인공이 현실 세계에서 발을 딛고 결핍을 치유해가는 성장 스토리를 담은 순수 문학에 속한다. 손원평 작가는 으로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했고, 여러 단편영화들을 감독했고, 스릴러 영화 (송지효, 김무열 주연)를 3월 개봉하려다 코로나로 연기되어 장편..

문학 소설 2020.04.02

B급 전성시대, 김은식의 B급 자기 계발서

김은식의 는 B급에 속한 사람들을 위한 자기 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럼 A급, B급, C급은 어떻게 나눠질까? 이 책의 저자 김은식이 정의한 분류를 보자.일류(A급)는 특별한 재능과 노력, 그리고 행운까지 더해지지 않으면 이르기 어려운 위치로 그 영역에서 성과를 통해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확보하고, 그 위에서 다양한 발상과 노력을 시도하며 자기 입지를 지속적으로 높여갈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하다. 이류(B급)는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어지간한 노력을 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수 있는 위치로 그 영역에서의 성과를 통해 빠듯하게나마 생존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향유와 재투자는 어려운 정도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C급은 저자에 따르면 디자인인건, 글쓰기 건, 공연이건 지속적으로 매달 몇 십만 원..

책 읽는 밤 2020.03.30

김선영의 '특별한 배달' 시간 여행 소설

김선영은 시간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에 이은 은 일종의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외피는 SF를 입었지만, 줄거리를 보자면 청소년 소설이다. 고1 태봉과 슬아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태봉은 아빠의 실직으로 엄마가 떠나가고 퀵배달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슬아는 입양아로 모의고사 전국 1등(왜 소설에는 꼭 이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할까?)을 할 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언제가 파양될 수도 있다는 불안으로 기면증까지 앓고 있다. 어느 날 도로에 거짓말같이 구멍이 뻥 뚫리고 거기에 오토바이 배달원이 빠져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그 구멍은 직각으로 뚤려 깊이가 한 이십 미터쯤 된다고 했다. 슬아는 그 구멍이 웜홀일 거라고 생각하며 태봉과 함께 사라진 배달원을 찾아나선다. 슬아와 태봉은..

추리 SF판타지 2020.03.27

정재윤의 서울 구경, 짠하고 진한 그래픽 노블 추천

정재윤의 은 짠하고 진한 그래픽 노블이다. 간단히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W와 그의 동생 XX는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형제 둘이 의지하면서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닌다. M은 W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다. XX의 담임 선생님은 W에게 동생이 서울에 있는 아주 좋은 기숙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좋겠다고 안내서를 보내준다. XX는 착하고 공부도 잘했다. W와 M은 XX도 서울 기숙고등학교에 가는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만화는 시작한다. 을 읽으면 마음이 짠해지고 그들의 진한 이야기에 점점 가슴이 먹먹해진다. M은 반장과의 좋았던 관계를 생각하며 자신의 인생을 가정해보면 생각해 본다. "한때는 누군가가 내 세상을 바꿔줬으면 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 삶을 바꿀 기회를 준다면 주었던 걸 다시 뺏어갈 힘도..

그래픽 노블 2020.03.26

푸른 머리카락, 제5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작 모음집

제5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작과 우수작 6편을 모은 SF 단편 모음집 (2019)이 출간됐다. 61편의 응모작 중에서 선정했으니 작품 수준은 그런대로 좋다. 전에 읽었던 의 작가 허진희의 '오 퍼센트의 미래'가 우수작으로 실려 있어 반가웠다. SF 소설은 무기력한 나날들을 견뎌내기 위한 도피처가 되었다. 작가들의 신비한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순간만큼은 아주 조금이라도 현실을 잊을 수가 있어 좋았다. SF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쓰는 순간은 우울함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럼, 수상작 '푸른 머리카락'부터 SF 작가들이 창조해낸 상상의 세계를 소개한다. 푸른 머리카락. 남유하 푸른 머리카락의 소재는 여성이 없는 자이밀리언 외계인이 소재인 단편이다. '자궁 약탈자'로 불리는 자이밀리언은 ..

추리 SF판타지 2020.03.25

'호밀밭의 파수꾼'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J.D. 샐린저의 소설

윌리엄 포크너가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추켜 세운 소설, J.D. 샐린저의 . 케네디 대통령 저격 당시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가 갖고 있었다던 소설, 그리고 이 소설은 전세계 '콜필드 신드롬'을 일으켰다. 뉴스위크는 세계 최고의 책 50선에, 타임지는 현대 100대 영문 소설에, 영국 BBC는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00선에, 그리고 하버드대생이 가장 많이 읽는 책 20선에 을 꼽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X가 XX의 생일 선물로 픽했던 소설이다. 홀든 콜필드는 5개 과목 중에서 영어를 뺀 4개 과목에서 낙제를 해 펜시 기숙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다. 홀든은 퇴학 처분을 받기 3일 전날 밤,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뉴욕 거리를 정처없이 배회하며 방황한다. 그러니까 은 홀든 콜필드가 학교를 뛰쳐나와 방..

문학 소설 2020.03.24

김중혁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한국 추리 소설 추천

주말 동안 김중혁의 이라는 장편 소설을 읽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주말 동안 무기력해 죽었을 것이다. 우울하고 외로울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심해 바닥에 가라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에는 근사한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한 편이라도 읽어야 그나마 겨우 숨을 쉴 수 있다.의 주인공은 탐정 구동치다. 이 정감 가는 이름을 가진 사내는 전직 형사 출신으로 하는 일이 남들의 과거 기록을 지워주는 딜리팅(deleting)이다. 그것도 의뢰인이 죽고 나면 5일 이내에 의뢰한 기록물을 깨끗하게 지워준다. 하드디스크든 사진이든 종이조각이든 뭐든 의뢰인이 의뢰한 물품이라면 뭐든지.몇몇 설정을 제외하면, 줄거리도 좋고 등장인물들도 좋다. 탐정 사무실이 있는 악어 빌딩도 읽다 보면 금세 친숙..

추리 SF판타지 2020.03.23

김얀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이상한 여행기

김얀의 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내 블로그 이름 때문이었다. 블로그 이름을 "낯선 세계에 부는 바람"으로 바꾸면서 혹시 다른 블로그에서 쓰고 있는 이름은 아닌지 검색해 보았다.그랬더니 검색 결과에 뜬금없이 이 책이 떴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여 찾아 읽어보는 수고를 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실망감이 밀려왔다.작가는 은 13개국 낯선 침대 위에서 만난 13명의 남자 이야기라고 했다. 그런데 13개국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그녀가 만났던 남자 이야기만 있었다.첫 장 '붉은색 다이아몬드를 샀다'는 난잡한 섹스 행위를 진부한 글로 옮겨 놓은 도색 잡지를 읽는 듯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여행 에세이라기보다는 섹스 후에 쓰는 허무한 잡념을 적어놓은 일기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침대 위의 이야기만 있고 그녀가 여행한..

책 읽는 밤 2020.03.21

박유경의 '여흥상사' 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신춘문예 당선작을 오랜만에 읽어 보았다. 박유경의 는 2017년 한경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사실 고만고만한 작품들이라 잘 찾지 않았다.한경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은 "많은 공모전 중에서도 장편소설 부문의 경우, 원고의 볼륨이 우선 두툼하기 때문에 신인들은 소설 안에 반드시 어떤 사건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쉽고, 그러자니 사건은 기본적으로 강력하고 사이즈가 크며 때로는 자극적인 장치로 눈에 띄게 만들어야겠다는 결론도 어렵지 않게 내리게 된다"고 평했다.2017 한경신춘문예에는 살인과 폭력을 다룬 작품과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이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응모작들이 장르의 미덕이라 볼 수도 있는 몰입감이나 흥미를 제공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당선작 도..

추리 SF판타지 2020.03.20

레베카, 서스펜스의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대표작

소설 를 읽고 대프니 듀 모리에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과연 서스펜스 여제의 대표작이라 할 만했다. 을 읽고 작가에게 호기심이 생겨 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서스펜스의 여제'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려웠으나, 를 읽고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게 되었다. 고급진 양장본의 가치가 충분했다.번역도 마음에 들었다. 를 예전에 읽었었는데, 이상원이라는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남자 이름 같지만 여성 번역가이다.의 주인공 '나'의 감성이 나를 잡아끌었다. 그녀에게 가족은 아무도 없었고, 하녀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스물한 살의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탔고, 세상에 맞설 용기도 없었다. "첫사랑의 열병이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시인들이 어떻게 찬양하든 그건 분명 열병이고 고..

추리 SF판타지 2020.03.18

미나토 가나에 소설 '꽃 사슬' 세 여자 이야기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다. , 세 여자 - 미유키, 사쓰키, 리카의 이야기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들은 드라마나 영화화가 많이 되었다. 작가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잘 팔리는 추리 작가 중의 한 명이라고 한다. 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3백만부가 팔렸다고 했다.도 세 여자의 시점에서 각각 1인칭으로 전개된다. 리카는 외할머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미유키는 예기치 않게 남편을 잃고, 사쓰키는 백혈병 환자를 위한 골수 이식을 고민한다. 중후반부부터 이 세 여자의 관계가 조금씩 들어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작가에게 기만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 여인의 관계를 설명한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었더라면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작가에게 속았다는 감정..

추리 SF판타지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