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SF판타지

용서받지 못한 밤 줄거리와 결말 스포, 미치오 슈스케 최신 추리소설

책 읽는 밤 2022. 3. 31.

미치오 슈스케의 최신 장편 추리소설 용서받지 못한 밤

한 여자를 모욕한 네 남자를 향한 30여 년에 걸친 복수

용서받지 못한 밤은 다산북스가 2022년 3월 17일 번역 출간한 미치오 슈스케의 최신작입니다. 베스트셀러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쓴 미치오 슈스케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이번 최신작은 가족을 위해 복수하고 비밀을 지켜나간 부녀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추리소설입니다.

 

이 책의 카피, '딸 유미가 네 살 때 아내를 죽였다는 것'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어그로를 끓기 위한 지나친 마케팅 문구입니다. 이 도발적인 문구는 처음부터 독자를 이 장편 소설의 분위기를 오독하게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이 소설의 원제는 '뇌신 雷神'입니다. 번개의 신. 화자인 유키히토의 고향마을은 번개가 자주 치는 마을인 히타가미이고, 그 마을에는 뇌신을 모시는 라이덴 신사가 있습니다.  

 

화자가 라이덴 신사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30년 전 독버섯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리하는 줄거리입니다. 번역 제명은 어떤 밤이 용서받지 못한 것인지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서부극이 워낙 유명하니까 패러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목차

프롤로그
제1장 평온의 종말과 협박
제2장 기억의 붕괴와 공백
제3장 진상의 해명과 낙뢰
제4장 원한의 문자와 살인
제5장 영상의 암시와 시신
제6장 최후의 살의와 결말
에필로그 뇌신

 

용서받지 못한 밤 줄거리, 결말, 스포

아내의 갑작스런 사고사

이 소설은 주인공 유키히토 씨의 아내 에쓰코가 맨션 4층 베란다에서 놀고 있는 네 살 배기 딸 유미에게 주의를 주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유 짱, 그러다 잘못하면 떨어진다." 그리고 아내는 유 짱의 찢어진 가방을 새로 만들기 위한 천을 사러 나갑니다. 

 

유키히토는 아내가 나간 후 오이도 사오라고 부탁하기 위해 급히 달려 나갔으나, 그의 옆을 지나던 흰색 경차 앞 유리창에 뭔가가 떨어지고, 급가속한 차가 활 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에쓰코에게 다가들었고, 에쓰코의 몸은 그대로 허공에 떠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책의 뒷면

유미가 베란다 옆에 두었던 엉겅퀴 화분이 차에 떨어졌고, 경차 유리청이 깨졌고, 당황한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밟아 벌어진 일었습니다. 그러니 딸이 엄마를 죽였다는 말은 얼토당토아니한 이야기입니다.

 

유키히토는 유미가 상처 받을까봐 화분이 떨어져 사고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경찰에게 언론통제를 부탁하고 운전자도 입막음한 후, 아예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 2층으로 이사를 가서 함께 삽니다.

 

책 표지

정체불명의 남성으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로부터 15년 후, 아버지 후지와라는 죽고 유키히토는 아버지의 식당 '일취'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열아홉 살이 된 유미는 대학을 다니며 일취에서 홀서빙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정체불명의 한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비밀을 알아. 자세히 말하면 내 정체도 들통날 데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고를 친 건 당신 딸이야. 당신은 그걸 알면서도 감췄고, 지금까지 쭉. 엉겅퀴를 키운 것도······. 단 달 아."(31쪽)

 

유키히토는 50만 엔을 요구한 남성을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종잡을 수 없었고, 15년간 묻어둔 진실이 딸이 알게 될까봐 불면의 밤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매장마다 나오는 야쓰가와 교코의 사진

한편,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유미는 말사시험 제출용으로 존경하는 사진작가 '야쓰가와 교코'의 야경 사진과 같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합니다. 1981년 11월 니가타현 하타가미 마을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벼락이 많이 치는 마을인 '하타가미'는 유키히토와 그의 누나 아사미, 그리고 그의 아버지 후지와라 미나토가 살던 고향입니다. 30년 전, 도망쳐 나온 이래로 딸에게 한 번도 고향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 유미가 그 뿌리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유키히토는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일순간 벗어나고, 또 30년여 전 고향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진실을 조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신은 작가로, 누나 아사미는 편집자로, 유미는 촬영기자로 변장하여 고향 마을로 향합니다.

 

벼락의 마을 '하타가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버지는 하타가미에서 어머니와 함께 향토요리와 청주를 주로 파는 술집 '하나'를 운영했습니다. 가게에 오는 손님은 대부분 남자였고, 그들은 모두 어머니의 외모를 칭찬했습니다. 

 

그중에서 하타가미 마을에서 갑부라고 불리는 네 사람, 정유사업의 구로사와 소고, 제철 가공업의 아라가키 다케시, 버섯 농장주 시노바야시 가즈오, 그리고 병원장 나가토 고스케, 이 사인방들이 술집 매상을 많이 올려주었고 짓궂은 농담도 어머니에게 했습니다.

 

번개의 신인 '뇌신'을 모시는 라이덴 신사는 매년 11월 하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버섯국을 먹으며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이듬해의 풍작을 기원하는 신올림제를 개최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1년 전, 어머니는 신울림제에 쓸 버섯국을 준비하러 갔다가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산비탈 아래의 서늘한 강가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그다음 해, 신올림제가 열리던 날 버섯국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누나 아사미가 번개에 직통으로 맞았고 옆에 있던 유키히토는 측면으로 번개를 맞고 부분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구로사와 소고, 아라가키 다케시, 시노바야시 가즈오, 그리고 병원장 나가토 고스케가 구급차로 병원으로 실려왔습니다.  다음 날 아라가키 다케시가 죽고, 그다음 날에는 시노바야시 가즈오가 죽었습니다.

 

조그만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 취재진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라라베 요코의 편지

신사의 신관인 다라베 요코가 '신사에서 신올림제가 열리기 전, 이른 아침 벼락 속에서 당신이 작업장 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편지를 후지와라 미나토에게 전달하고 자살을 한 사실이 알려지고, 그녀의 딸 기에가 그 편지를 돌려받고 따지는 장면이 방송을 타자 세간의 관심은 후지와라 미나토를 범인으로 몰아갔습니다. 

 

즉, 갑부 사인방이 버섯국을 준비하던 유키하타의 어머니를 모욕하여 죽게 했고, 그것을 안 후지와라 미나토가 아내를 죽게 한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맹독성이 강한 흰알광대버섯을 버섯국에 넣었다는 추정입니다.

 

그러나, 번개에 맞아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사미가 깨어나면서 아버지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지고 휴키히타 가족은 그대로 고향을 떠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용서받지 못한 밤>은 그러니까, 유키히토의 어머니가 왜 죽었고, 또 갑부 사인방이 먹을 버섯국에 흰알광대버섯을 넣은 범인이 과연 유키히토의 아버지였을까를 밝혀내는 소설입니다.

 

자, 그럼 422쪽 분량의 추리소설의 결말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건조한 문체로 스포일러를 포함한 줄거리를 바싹하게 요약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줄거리로도 댕기는 시는 분들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어 주시고 다 읽은 후에 다시 읽어주시기를요.

 

용서받지 못한 밤 결말(스포)

유키히토 일행은 하타가미 마을을 찾아 민박에 여정을 풀고 신관을 찾아 다라베 요코의 딸 '기에'를 비롯한 마을의 여러 사람들을 취재하고 다닙니다.

 

유미가 기말제출용 사진을 찍기 위해 유키히토 일행이 한 밤에 신관에 이어진 벼락터에 올랐을 때, 우연히 사진작가 야쓰가와야스가와 교코의 외아들 '아야네'를 만나 운좋게도 야쓰가와 교코가 찍었던 것과 똑같은 유성이 떨어지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때 번개와 천둥이 치기 시작했고 아사미는 놀라 갑자기 숲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유키히토가 누나를 뒤쫒아 맹렬하게 뛰어갔을 때, 자신을 협박했던 정체불명의 그 남자, 시노바야치 유이치로를 번개 속에서 만납니다.

 

그 순간 유키히토는 분노에 휩쌓여 시노바야치 유이치로를 향해 전력 질주했고, 다시 한번 번개가 번쩍 했을 때 누나 아사미가 한발 앞서 유이치로의 가슴을 밀어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후에 밝혀지지만 시노바야치 유이치로는 흰알광대버섯이 든 버섯국을 먹고 죽었던 시노바야시 가즈오의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 도쿄에 나가 사업을 했지만 망했고, 고향으로 돌아와 한 때 쫓아다녔던 기에의 일기장을 훔쳐 31년 전의 비밀을 알게 된 것입니다. 

 

기에의 일기장에 담긴 내용은 후지와라 미나토가 흰알광대버섯을 준비해서 복수를 실행하려다 포기하자, 딸 아사미가 몰래 흰알광대버섯을 버섯국에 넣어 갑부 두 명이 죽게 되었다는 것과 아사미는 번개를 맞아 기억을 전부 잃어버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시노바야치 유이치로는 유키히토에게 전화로 협박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기에에게도 돈과 몸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번개 속에서 유이치로에게 그 비밀을 듣게 된 누나 아사미는 30년 전 잃어버렸던 기억이 천둥처럼 돼살아면서 유이치로를 낭떠러지로 떠밀어 죽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아사미는 며칠 후, 신올림제가 열리던 날 밤, 31년 전 죽이지 못했던 구로사와 소고를 안뜰에서 돌로 내려쳐 죽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밤에는 마지막 생존자 나가토 고스케를 찾아가 방화를 한 후에 자신은 도망쳐 식칼을 가슴에 꽂고 어머니가 31년 전 뛰어들었던 그 강에 뛰어들었습니다. 아사미가 31년 전 복수를 완성하는 듯 했지만, 방화에도 나가토 고스케는 죽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관찰자 역할을 하는 '아야네'의 추리력은 전지전능합니다. 모든 사건 내막을 마치 눈으로 본 것처럼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아야네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의 원천은 따로 밝히지 않아 조금 웃기기도 합니다.

 

용서받지 못한 밤 독자 서평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라지만 그렇게 뛰어난 수작은 아닙니다. “반전이라는 가벼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수수께끼 풀이에 그저 압도당했을 뿐.”이라는 독자평은 지나친 감이 있지만, 반나절 정도 아무런 할 일이 없을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읽기 좋은 추리소설입니다.

 

공포와 스릴러 영화가 으례 그렇듯 추리소설 또한 희발성이 아주 강할 수밖에 없는 장르입니다. 캐릭터 깊이는 온데 간데없고 사건들만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때문에 읽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줄거리는 모두 잊히게 마련입니다.

 

블로그 리뷰 내용이 십중팔구 비슷하여 보았더니, 제일 밑 줄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라고 조그마한 글씨로 표시를 해두었더군요. 제일 웃긴 건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트릭이 있다'라는 리뷰도 있었습니다. 추리소설인데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다니, 말입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 책 제공은 물론 어떤 지원도 받지 않은 순수한 독자로서 올리는 리뷰입니다.

 

줄거리에 비해 분량이 너무 많아 중간에 살짝 졸리기도 합니다. 사건의 단서를 추적해가는 방식이 아닌, 사건의 단서를 차후에 상세하게 설명해가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게하는 궁금증은 끝까지 유지를 하는 편에 속합니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끓는 점이 폭발하는 순간인데, 폭발점 없이 아주 천천히 끓여가다 미지근하게 식어가는 추리 소설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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