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SF판타지

명상 살인 2, 3 줄거리, 변호사의 명상법, 포복절도 추리소설 추천

책 읽는 밤 2022. 12. 11.

밤이 낮보다 긴 겨울에 읽으면 딱 좋은 추리소설로 명상 살인 시리즈를 추천한다. 작가는 독일의 변호사이자 방송작가로 일하는 카르스텐 두세이다. 명상 살인은 그의 데뷔작인데, 그는 이 소설로 홈런을 쳤다.

밤을 새우가며 명상 살인 2, 3권까지 단숨에 읽었다. 첫 페이지를 넘겼다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그런 소설이다. 엄청 재미있다. 1~3권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물론 1권이다.

1권 책표지
1권 책표지

명상 살인 1권, 죽어야 사는 변호사 줄거리와 결말

주인공은 형법 전문 변호사 비요른 디멜이다. 비요른의 주 고객은 드라간 세르고 비츠이다. 드라간은 불법으로 무기 거래를 하고 매춘을 일삼는 조폭 기업이다. 비요른은 드라간을 검찰에서 보호해주고 합법적인 기업으로 포장해주는 대가로 큰돈을 벌어들인다.

비요른의 일을 못마땅해하던 아내 카타리나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라며 명상 전문가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추천해준다. 

요쉬카에게 상담을 받고 명상 훈련을 하면서 비요른은 그에게 가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자유가 그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서서히 깨달아 간다.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지침에 따르면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냥 하지 않는 사람만이 자유로운 자"이다. 비요른 일은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냥 하지 않는 사람만이 되기 위해서 매일 명상 훈련을 한다.

비요른은 주말을 사랑스러운 딸 에밀리와 함께 오롯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호숫가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 순간 드라간으로부터 긴급 구조 전화가 울린다. 드라간이 간밤에 경쟁 조직의 이인자를 죽여버렸다는 것이다. 

드라간의 전화는 사랑하는 딸과 주말을 보내려던 비요른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겨우 명상을 시작하고 모처럼 딸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려고 결심했는데 말이다. 

에밀리와 주말여행도, 그의 주 고객의 뒤처리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비요른은 차선책을 선택한다. 검찰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에 드라간을 싣고 함께 호수가 별장을 휴가를 가는 것이다.

그리고 비요른은 명상의 힘으로 그 난관을 극복하고 딸과 함께 호숫가 별장에서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다. 비요른이 명상 훈련으로 그 어마 무시한 조폭 두목 드라간을 살인하는 과정은 키득거리지 않고서는 읽어나갈 수가 없다.

2권 책표지
2권 책표지

명상 살인 2,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줄거리

명상 살인 2권은 살짝 심리적이다. '내 안의 아이' 어쩌고 하면 스테레오 타입이긴 하지만, 살인을 엮으니 재미있게 읽힌다.  2권에서 요쉬카는 비요른에게 귀한 내면 아이라는 개념을 가르쳐 준다. 심리학에서 흔히 말하는 그 내면 아이다.

명상 살인 1권에서 드라간을 살인하고 그 사실을 숨긴 채 비요른 조직을 접수하는 데 성공한다. 드라간의 부하들은 비요른이 드라간에게 지시를 받고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믿는다. 비요른이 조직원들에게 드라간이 살아있다고 사기 쳐 나가는 과정도 개 웃긴다.

아무튼 명상 살인 2에서는 비요른이 드라간이 호화로운 유곽을 운영하기 위해 사두었던 건물, 그 건물에는 유치원이 입주해 있었는데 아예 유치원으로 운영하기 시작한다. 

비요른은 조직원의 아이들을 유치원에 입학시켜주고 심지어 형사, 공무원의 아이들까지 유치원에 입학시켜주어 그들을 무마하고, 또 그 과정에서 경쟁 조직의 두목까지 납치하여 유치원 지하실에 가두는 데 성공하고 경쟁조직마저 그의 손아귀에 들어온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명상 전문가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명상 가르침 덕분이었다.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내면의 아이를 치유하면서 비요른이 엄청난 행운으로 성공적으로 살인을 이어간다는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 풋.

명상 살인 1, 2, 3권 중에서 2권이 재미가 제일 덜하다. 정작 작가가 가장 많이 공들여 집필한 파트가 2권인 것 같지만 재미는 그닥인지라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내면 아이, 상처, 치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정신분석학이 재미없는 걸루.

3권 책표지
3권 책표지

명상 살인 3, 익명의 순례자  

명상 살인 1은 명상의 발견, 명상 살인 2가 내면 아이였다면 명상 살인 3은 자아발견의 이야기이다. 두 개의 조직을 운영하게 된 비요른은 더 이상 살인을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요쉬카 선생의 권고를 받아들여 산티아고로 순례를 떠난다.

그러나 그 기나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비요른은 살인을 멈출 수가 없다. 누군가 그를 끊임없이 노리는 가운데 엄청난 행운으로 비요른 대신에 누군가 죽게 되는 일이 이어진다.

명상 살인 3이 최고로 이야기가 제멋대로 허황되게 굴러간다. 그런데도 결말을 알고자 하는 심리가 이 추리소설을 끝까지 일게 만든다. 명상 살인 시리즈를 다 읽고 나면 조금 허무해지고 아 내가 왜 이 시리즈를 끝까지 읽고 있지? 하는 현타가 오기도 한다. ㅋ

명상 살인 시리즈의 읽는 묘미

명상 살인 시리즈는 추리 소설 본연의 재미보다는 어쩌면 야매 아포리즘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매 장마다 등장하는 명상 전문가 요쉬카 브라이트의 명상 글귀들은 대개 이런 식이다.

책갈피1
요쉬카 브라이트, 너귀한 내면아이

사과는 나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이 얼마나 간결한 아포리즘인가?

그런데도 사과나무는 멀리에서도 싹을 틔운다. 새가 씨앗을 옮겨 주었기 때문이다. 믿음 없이는 이 세상을 살 수 없다는 요쉬카 선생의 가르침(?)이다. 

책갈피2
요쉬카 브라이트너, 자아발견을 위한 순례

명상 살인 시리즈에서 내가 발견한 가장 멋진 경구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카르스텐 두세는 이렇게 이상한 말로 바꿔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작가이다.

"인생은 도보 여행과도 같다. 마지막에는 거리가 아니라 여정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가 중요하다"
- 요쉬카 브라이튼, <내면을 향한 발걸음 - 자아 발견을 위한 순례> 

이 추리소설이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뜬금없이 나도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고 싶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