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설

[소설 지도]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누르딘 파라의 작품

책 읽는 밤 2020. 4. 9.

소설 <지도>의 배경
누르딘 파라의 <지도>(2017)를 읽고 소말리아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됐다. '아덴만 여명 작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해군 청해부대가 2011년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만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작전이다.

소설 <지도>는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와 에티오피가 오가덴 지역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1977년 벌인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제국들의 이해에 따라 영토가 분할 점령당하기도 했고, 내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제3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수상한 바도 있는 작가 누르딘 파라는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해마다 노벨상 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작품은 <지도>가 유일한 작품이다.

소설 <지도>의 줄거리 
오가덴 출신의 남자아이인 '아스카르'의 어미는 그를 낳던 날 죽었다. 에티오피아의 출신의 '미스라'의 여자가 그날 아스카르를 구조하여 마치 제 아이처럼 키운다. 

미스라는 아스카르를 제 아이처럼 '무사히' 보살피기 위하여 아스카르의 꾸락스 삼촌이나 여러 남자들에게 몸을 팔았다. 미스라가 에티오피아 군인에게 정을 통하여 오가덴 주민 수백 명이 참살당했다는 소문이 돌자, 아스카르는 결백을 주장하는 미스라를 배반자이자 창녀 대하듯 한다.

그리고 미스라는 심장이 도려내지고 사지가 절단된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소설 <지도> 읽기의 어려움
아프리카 소설은 <지도>가 처음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도대체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작가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옮긴이 이석호는 <지도>는 '서구의 근대적 세계관이 물리적으로 압축한 지도의 논리 때문에 근대의 복마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프리카 인들의 비극적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지도의 논리도, 근대의 복마전도, 아프리카 인들의 비극적 상황도 그 어느 것 하나도 느낄 수가 없었다. 작가의 언어는 관념적이었고 형이상학적인 세계에 지나치게 빠져 있었다.

주인공 아스카르는 태어나는 날부터 죽음과 존재를 성찰할 수 있는 철학자 같은 존재였다. 작가는 그런 아스카르를 2인칭 시점에서 시작해서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으로 수시로 넘나들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성과 젠더의 묘사도 넘쳐난다. 근친상간이라든지 미스라의 월경에 대한 묘사가 그렇고, 특히 아스카라는 몸 안에 여자가 살고 있으며 심지어 월경을 한다고 말하는데, 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아마도 그것은 문학적 감수성이나 소양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먼 훗날 이 소설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는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