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J.D. 샐린저의 소설

책 읽는 밤 2020. 3. 24.

윌리엄 포크너가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추켜 세운 소설,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케네디 대통령 저격 당시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가 갖고 있었다던 소설, 그리고 이 소설은 전세계 '콜필드 신드롬'을 일으켰다.

뉴스위크는 세계 최고의 책 50선에, 타임지는 현대 100대 영문 소설에, 영국 BBC는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00선에, 그리고 하버드대생이 가장 많이 읽는 책 20선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꼽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X가 XX의 생일 선물로 픽했던 소설이다.

홀든 콜필드는 5개 과목 중에서 영어를 뺀 4개 과목에서 낙제를 해 펜시 기숙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다. 홀든은 퇴학 처분을 받기 3일 전날 밤,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뉴욕 거리를 정처없이 배회하며 방황한다.

그러니까 <호밀밭의 파수꾼>은 홀든 콜필드가 학교를 뛰쳐나와 방황했던 사흘 간의 일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홀든 콜필드가 무작정 학교를 탈출하여 헤맸던 뉴욕은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그는 싸구려 호텔에 묵었고 창녀를 불렀지만 정작 그녀가 옷을 벗는 순간 그만 우울해지고 만다. 그래서 홀든은 창녀를 그냥 돌려보낸다. 곧바로 호텔을 나와 술집과 클럽을 전전했지만 세상에 대한 증오와 우울함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1951년도에 이 소설이 발표되었으니 지금의 분위기와는 거리의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홀든 회상하는 펜시 기숙고등학교를 보면 지금이나 그때나 학교 분위기는 별로 변한 거 같지 않다. 홀든이 보기에 교장을 비롯한 학교 선생들은 가식적이고 기만적이다. 그러니 홀든이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홀든 콜필드의 연애사를 봐도 그렇다. 홀든은 이웃집 제인과 사귀지만 감히 섹스는 하지 않는다. 그저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할 때 손을 꼭 잡는 정도다. 홀든은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면 섹스를 절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홀든 콜필드는 욕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십대이지만 감성은 더없이 순수하다. 그런 그에게 그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허위에 차 있었고 위선적이고 가식적이었다. 홀든의 성장통은 위험한 결심으로까지 나아간다. 아주 멀리 서부로까지 떠나겠다는 결심 말이다.

"그곳은 매우 아릅다고 햇볕이 따스할 것이고, 나를 알아볼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주유소에서 차에 휘발유를 넣어주고 오일을 칠하는 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건 개의치 않겠다. 다만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곳이면 된다.

그곳에서는 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할 참이었다. 그러면 누구하고도 쓸데없는 어리석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을 알아볼 사람은 하나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 없는 사람들이라면 홀든 코필드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의 퇴학과 방황을 그저 숫기 없는 부잣집 아들의 투정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감성에 좌우되고 심성에 이끌리는 문제다. 누구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누구에게는 도저히 수용하기 힘든 심각한 일이 되고 만다. 세상 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작가 샐린저는 이혼 소송을 당한 후부터 사회와의 접촉을 피하고 코니시의 자기 집에 은거한 채 세상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문을 닫아걸고 은자의 생활을 동경하는 감수성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런 이들에게 바치는 작가의 고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