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밤

언니는 주식으로 흥하는 중, 찐 주린이들 보세요

책 읽는 밤 2022. 1. 2.

주식투자를 하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성향이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겠다는 집념이 강하신 분들이라는 것. 김옥진의 '언니는 주식으로 흥하는 중'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동학개미, 서학 개미 광풍이 몰아칠 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슬슬 이런 쪽으로 눈이 갑니다. 부의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답은 딱 두 가지인 것 같기에···. 주식으로 흥하든지, 부동산으로 흥하든지 말이에요.

 

저자 김옥진

<언니는 주식으로 흥하는 중>(2021)을 쓴 김옥진 님은 경제 전문가도 아니고 투자 전문가는 더더욱 아닙니다. 주식투자 6년차의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주린이들에게는 전문가가 쓴 책 보다 주린이에 가까운 투자자가 쓴 투자 안내서가 오히려 더 고갱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 김옥진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공과는 무관한 문화예술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만 말했습니다. 저자는 <언니는 주식으로 흥하는 중>에서 주식을 시작하게 된 과정,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파트를 사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일상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일러스트가 멋짐!

이 책의 1장 제목은 "투자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영화 <신세계>에서 박성웅이 날린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라는 멋진 대사를 이렇게 또 멋지게 패러디하네요.^^ 주식투자는 영화 신세계가 그리는 조폭들의 세계보다 더 비장할 수도 있으니까 나름 멋진 오마주일 수도 있겠습니다.

 

언니 김옥진 님은 주식을 시작하게 된 스토리를 연애담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묘사합니다. 

"그렇게 주식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가다듬어갈 때쯤 남자 친구가 생겼다. 대학원에서 만난 그는 함께 입학한 동기였다. 다들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지만 나는 2년 안에 수료, 3년 안에 줄업(논문 작성)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다. 그도 나와 함께 2년간 휴학 없이 학기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졸업의 길은 험난했다."
(···)
"그래서 우리는 내기를 했다. 졸업장을 먼저 받는 사람에게 '목돈'을 주기로. 난 50만원을 불렀고, 남자 친구는 그 정도 금액으로 동기 부여가 전혀 안 된다며 250만 원을 불렀다. 내기를 하기 몇 주 전 백화점에서 본 발렌시아가 모터백, 그해 한정판인 파이톤 버전의 50% 할인가가 250만 원이었다."(26~27쪽)

 

그렇게 해서 내기가 시작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김옥진 님이 졸업장을 먼저 손에 쥐었고, 기어이 250만 원을 받아냈고, 그길로 증권사로 계좌를 텄고, 50만원을 더 보태 3백만원으로,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에르메스 명품백 대신에 주식을 인생 처음으로 샀습니다.

 

내기로 250만원을 물린 그 남자는 저자와 함께 한집에 사는 남편이 되었습니다.^^ 저자 김옥진 님은 남편을 '똥손 황서방'으로 자주 지칭합니다. 남편이 추천해주는 종목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ㅎㅎ

 

저자의 투자 이력과 수익률

김옥진 님은 2016년 처음으로 주식을 매수해 2020년 오늘까지 6년째 아주 소소하게 주식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힙니다. 투자금액 기준, 1백만 원 내외의 소소한 투자건이 2건, 그리고 5백만 원이 넘는 건이 하나, 1천만 원이 넘는 건이 하나, 이렇게 총 4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수익률은 모두가 마이너스를 향해 달려갈 때, 유일하게 아마존이 승승장구해 주어 1천만 원을 상회하는 수익을 확보했다고. 2020년 8월 현재 저자의 수익률은 50%라고 밝힙니다. 

 

저자의 수익률 50%가 연평균 복리수익률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생각해보았지만, 여기서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식 투자를 대하는 그녀의 자세이니까 일단 넘어가기로요.

 

저자의 투자원칙

저자의 투자원칙은 단출합니다. "첫째, 빛내지 않을 것, 둘째, 주식으로 번 돈은 주식에 다시 쓸 것, 셋째.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상어로 빚어낸 저자의 투자원칙은 사실 투자의 핵심을 잘 포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주식으로 번 돈을 주식에 재투자하려면 여유돈으로 했을 때 가능하니까요. 주린이에게 이보다 더 중한 원칙도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책의 주요 내용

<언니는 주식으로 흥하는 중>에는 주린이들을 알아야 할 주식투자 시작 단계에서의 필요한 용어들은 알뜰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계좌를 개설하고 처음으로 매수하고 매도하게 되는 과정,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공모주에 투자하였다가 눈물을 머금고 손절하게 된 과정들을 진솔하게 담고 있으니까요.

 

좌충우돌 끝에 주식을 시작하고 주식을 공부하게 된 저자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눈은 뜬 것 같다고 말합니다. "나보다 앞서,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과 친해져라"는 저자의 말대로 저자가 공부하고 투자했던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눈밭을 걸어갈 때는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도움이 되듯이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나는 살아서 주식을 남긴다"라고 외치는 저자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도록 응원합니다. 그리고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들께도 모두 주식으로 흥하길 응원드려요.^^

 

저는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날씨"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