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설

체호프 단편선, 관리의 죽음 등 주옥같은 안톤 체호프 단편 10선 모음

책 읽는 밤 2021. 3. 23.

민음사가 발간한 <체호프 단편선>(2002)은 발간 당시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 중에서 역자 박현섭이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한 10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1860-1904)는 에드가 앨런 포, 모파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단편작가로 불리고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안톤 체호프 인생사

체호프의 아주 힘든 유년시절을 보낸 것으로 짐작됩니다. 할아버지는 농노였지만 돈으로 자유시민이 되었고, 체호프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는 식료품 가게를 도왔다고 왔니다.

 

안톤 체호프가 문인이 된 것도 자발적이라기보다는 먹고살기 위한 한 방편으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한 체호프는 1880년부터 학비와 가족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잡지와 신문에 콩트와 유머 단편을 기고하여 한 줄당 5 코페이카의 원고료로 대학생활을 버텨냈다고 합니다.

 

1880년에서 1887년, 7년 동안 체호프가 기고한 단편소설, 콩트, 만평이 무려 500여 편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먹고살기 위해 글쓰기 노동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에는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하는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체호프 자신도 1898년 결핵의 악화로 휴양지 얄타에서 요양을 한 적이 있었고 1901년 8살 연하인 33세의 배우 올가 크닙페르와 결혼을 하였으나 1904년 독일 바덴바일러에서 요양하다 44세의 나이로 요절하였습니다.

 

#안톤 체호프 단편에 대하여

<체호프 단편선>의 단편소설 10편에는 이러한 안톤 체호프의 인생 역정이 간결하고도 담백하게 잘 묻어나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실린 <관리의 죽음>은 불과 5쪽에 불과한 아주 짧은 단편소설입니다.

 

어느 멋진 저녁, 회계원 이바 드미티리치 체르바코프가 오페라를 보다 기침을 하는 통에 앞 줄에 앉아 있던 장군의 목덜미에 침을 튀기는 실수를 하고 이틀 뒤 관복을 벗지도 않은 채로 소파에 누워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짤막하고도 어이없는 이야기는, 그러나 체호프 특유의 유머감각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강렬한 단편입니다. 관리의 죽음을 통해 예의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소심한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도 예의를 다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예의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받기 싫어하는 예의라면 오히려 무례함만 못한 것이 바로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 관리의 죽음 이야기입니다.

 

<관리의 죽음> 외에 공포, 베짱이, 드라마, 베로치가, 미녀, 거울, 내기, 티푸스, 그리고 마지막 단편 주교까지 <체호프 단편선>에 실린 작품들은 그의 대표작 못지않게 체호프 식 단편소설의 진수들이 잘 녹아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를 아낀 톨스토이는 "체호프는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과 러시아 문학에 관심 있으신 분께 <체호프 단편선>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