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SF판타지

김선영의 '특별한 배달' 시간 여행 소설

책 읽는 밤 2020. 3. 27.

김선영은 시간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시간을 파는 상점>에 이은 <특별한 배달>은 일종의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외피는 SF를 입었지만, 줄거리를 보자면 청소년 소설이다. 고1 태봉과 슬아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태봉은 아빠의 실직으로 엄마가 떠나가고 퀵배달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슬아는 입양아로 모의고사 전국 1등(왜 소설에는 꼭 이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할까?)을 할 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언제가 파양될 수도 있다는 불안으로 기면증까지 앓고 있다.

어느 날 도로에 거짓말같이 구멍이 뻥 뚫리고 거기에 오토바이 배달원이 빠져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그 구멍은 직각으로 뚤려 깊이가 한 이십 미터쯤 된다고 했다.

슬아는 그 구멍이 웜홀일 거라고 생각하며 태봉과 함께 사라진 배달원을 찾아나선다. 슬아와 태봉은 해변가 외딴집에서 오토바이 배달원을 만난 그들은 배달원이 사라졌던 비밀을 알게 된다.

배달원과 똑같이 시속 100킬로미터 속도로 구멍 위로 오토바이를 달리며 시간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 말도 안 되는 시간이동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다. 태봉은 머리칼이 쭈볐 일어설 만큼 소름이 돋았다. 그 순간 자력에 이끌리듯 푸른 알갱이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노란 빛살들에 섞여 쭉쭉 빨려 들어갔다." 

한쪽 남짓 분량에 시간 이동을 묘사했지만 너무 장난 같았다. 형편 없는 설정에 아무 논리도 없었다. 그것은 시간 이동이라기보다는 과거의 결정적 순간들을 기억해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아무리 고등학생이라지만 단지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결정적 순간을 다시 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정신 나간 사람이 있겠나 싶었다.

슬아는 웜홀에서 자기가 입양되던 장면을 봤다. 부모의 선택에 의해 자신이 입양된 줄 알았는데, 자신이 부모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고 뿌듯해한다. 고아원을 찾은 부모에게 슬아가 적극적으로 안겨 입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장면을 읽으며 강아지를 파는 가게가 떠올랐다.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꼰대같은 어른의 음성이 묻어 나와 목 속에서 거부반응이 일었다. 즉 지금 네 인생의 모습은, 너는 부정하고 싶지만 알게 모르게 전부 네가 다 선택한 것이니 순순히 다 받아들이고 네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왜 청소년 소설은 하나같이 교훈적이어야 하고 훈계조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