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SF판타지

미나토 가나에 소설 '꽃 사슬' 세 여자 이야기

책 읽는 밤 2020. 3. 13.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다. <꽃 사슬>, 세 여자 - 미유키, 사쓰키, 리카의 이야기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들은 드라마나 영화화가 많이 되었다. 작가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잘 팔리는 추리 작가 중의 한 명이라고 한다. <고백>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3백만부가 팔렸다고 했다.

<꽃 사슬>도 세 여자의 시점에서 각각 1인칭으로 전개된다. 리카는 외할머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미유키는 예기치 않게 남편을 잃고, 사쓰키는 백혈병 환자를 위한 골수 이식을 고민한다. 

중후반부부터 이 세 여자의 관계가 조금씩 들어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작가에게 기만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 여인의 관계를 설명한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었더라면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작가에게 속았다는 감정이 드는 이유는 이 세 여자의 관계를 철저하게 숨기고 전혀 관계가 없는 세 여인의 이야기인처럼 소설을 끌고 갔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이 세 여인의 관계가 점점 드러나는 중후반부터는 실망감이 밀려든다. 이것도 일종의 기만이고 사기다. 작가만 알고 있고, 등장인물인 세 여인도 알고 있는데, 독자만 모른다는 설정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리카가 외할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어이없게도 미유키다. 독자만 미유키가 리카의 외할머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정말 독자를 대놓고 기만할 마음이 없었다면 이런 서술 방식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꽃 사슬>은 장르 소설이긴 한데, 분류가 애매하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미지의 인물 K가 등장하긴 하지만, 너무 빈약하고 로맨스 소설이라 하기엔 딱히 로맨스도 없다. 

포털 다음은 뷴류가 따로 없고, 네이버는 미스터리/스릴러 소설, 교보문고는 SF/판타지, 인터파크는 로맨스 소설로 분류해 놓았다. 그런데 <꽃 사슬>을 SF/판타지로 분류하는 건 좀 뜨악하다.

세 여자 모두 남편이 없거나 아버지가 없다. 남성이 부재하는 여성의 삶을 작가는 나름 그리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일본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정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감동적이진 않다.

여성들이 남성을 바라보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의 차이가 생각보다 꽤 크다. 당당한 세 여인의 삶이라기보다 남성에게 종속된 세 여자의 삶이라고 할까. 

미나토 가나에는 일본에서 '이야미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읽고 나면 기분이 찜찜한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 표현이 딱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