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

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 세계관과 1-2권 줄거리

책 읽는 밤 2020. 3. 8.

성별 결정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이 만들어낸 만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요시무라 츠무지의 <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입니다.

이 세계에서 인간은 성별 없이 태어난다. 열두 살이 될 무렵, 비로소 자기가 되고 싶은 성으로 점점 몸이 변화하기 시작하여 열네 살이 되면 남성이나 여성으로 모습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 세계에서는 성을 자신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인가! 한 번쯤은 자신의 성별을 바꾸어 보고 싶다는 유혹을 어렸을 때 받아보았을지 모르겠다.

주인공 '히나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성별이 없는 상태로 18번째 봄을 맞이한다. 친구들은 모두 여자 아니면 남자가 되었는데 자신만 혼자 무성별자가로 남았다니 이 얼마나 당혹스럽겠는가?

<성별 모나리자의 너에게>는 현재 2권까지 발행되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성별이 결정되지 못한 히나세가 남자 친구 '시오리'와 여자 친구 '리츠'와 삼각관계를 이루어 히나시가 앞으로 어떤 성을 갖게 될지 풀어가는 단순한 구조다.

이 만화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다. 등장인물이 위에서 말한 세 명 이외는 거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이야기가 아주 단순하게 굴러간다. 또 하나의 특징은 에메랄드색은 칼러로 그려졌다는 점. 

히나세 같이 열네 살이 되어도 무성별자의 아이들을 '준 모나리자 증후군'이라 부른다. 이런 이름을 갖다 붙힌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미소'라는 그림에서 유래했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사실은 비대칭적인 가짜 웃음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있는가하면, 모나리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는 연구결과에서 따왔다.

아무튼 히나세는 무성별자의 세계에서 최연장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최연장자였던 폴란드의 무성별자가 18세 5개월만에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무성별자인 히나세는 앞으로 어떤 성을 선택하게 될까? 아니, 무성별자의 최연장자인 히나세가 앞으로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이 극에 달하면 앞으로 <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 시리즈가 발간될 때마다 즉각 사보게 될 것이다.

카이스트가 시행하는 무학년제도 이와 유사한 아이디어로 볼 수 있다. 무학년제는 1학년은 전공없이 보내고 대학생활을 경험한 뒤 2학년 때부터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이와 마찬가지 논리로 인생을 좀 살아보고 자신의 성별을 결정하는 것도 꽤 합리적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진화의 신은 어쩐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태아의 성별은 임신 15주 정도 되면 알수 있지만, 사실 인간의 성별은 난자가 정자를 만나는 순간 결정된다. 포유류의 성별은 X와 Y라는 두 종류의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되고, 모두 X염색체를 가진 여성의 난자가 X와 Y 중 어떤 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수정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셈이다. 

<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를 보고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모르게 우리의 성을 스스로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