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설

연애의 이면, 불운한 연애 끝에 만난 완벽한 남자

책 읽는 밤 2021. 10. 5.

소설가 이영훈의 <연애의 이면>은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의 열한 번째 작품으로 불운한 연애 끝에 만난 완벽한 남자와의 위험한 연애를 그린 중편 소설입니다.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는 삼사백 매 분량의 중편소설로 요즘 트렌드에 맞게 빠른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1978년 서울 출생인 소설가 이영훈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8년 단편소설 <거대한 기계>가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입니다. 장편 소설 <체인지 킹의 후예>로 제18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고 2012년 <모두가 소녀시대를 좋아해>로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따라가는 중편 소설 <연애의 이면>의 주인공은 대기업의 말단 계약직 사원 '우연희'입니다. 우연희를 보면 요즘 저런 여성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착해서 울화통이 터질 지경입니다. 허구한 날 남의 일을 뒤치다꺼리하느라 밤샘하기가 일쑤이고 거기다 나이롱환자인 엄마를 간호하기 위해서 병원에서 쪽잠을 자며 출퇴근을 합니다.

 

<연애의 이면>의 줄거리를 보면 더 울화통이 터집니다. 입사 동기인 유나에게 맨날 이용만 당하고 살면서도 그녀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연희를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나이롱환자 엄마의 성화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조선시대라도 저렇게 희생만 강요당하는 여성이 있을까 싶습니다.

 

연희의 연애사는 더욱 참담합니다. 연희가 대학때 만났던 상호는 저돌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했고 의자가 박약한 연희는 그와 동거까지 하게 됩니다. 상호는 술에 취하면 습관적으로 연희를 때리기 시작했고 그 정도는 점점 심해져 갔는데요. 결국 마지막에는 두 팔을 등 뒤에 묶인 채 밤새도록 맞아 실신하면서 둘의 관계는 끝났습니다. 

 

오죽했으면 보다못한 선배 보영이 스페인 남자를 만나 스페인으로 떠나면서 연희에게 한 남자를 소개해주었을까요? 꽉 막힌 연희의 삶이 너무나도 안타까웠기 때문이겠죠. 보영이 소개해 준 남자는 '유연호'. 둘의 이름이 비슷하네요. 우연희와 유연호.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가진 유연호는 연희에게 정말 멋진 남자로 다가옵니다. 연희가 일에 치여 약속 시간에 아무리 늦어도 묵묵하게 기다려줄 줄 아는 은근과 끈기의 남자. 차차 밝혀지는 바에 따르면 투자업계에서 독보적이라는 투자자문회사의 젊은 대표! 재색을 겸비한 완벽한 배우자감입니다.

연호와 함께 걸을 때마다 연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아름다운 여성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멋진 남성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것은 종종 안심할 수 있는 선호로 소비된다. 그러나 멋진 남성은 드물고, 그들의 지나친 매력은 불온한 것으로 간주된다. 연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딘지 모르게 은밀하고 끈끈했다.(111쪽)

 

그런데 연애의 이면 줄거리가 전개될수록 상당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희가 연호에게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연호는 거의 완벽에 가까우리만치 해결사가 되어줍니다. 물론 연호가 해결사로서 처리한 일들을 연희는 꿈에서라도 알 수가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이 짧은 중편소설에 엄청난 반전을 넣다 보니 연애의 이면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너무 툭툭 튀는 느낌이 있습니다. 연희를 괴롭히고 성가시게 했던 모든 것들을 연호가 깨끗하게 정리해 버렸으니까요. 정리의 방법이 하도 끔찍하여 연애의 이면은 문학 소설이라기보다 스릴러나 잔혹물에 가깝다고 해야겠습니다.

 

연호는 제일 먼저 연희를 이용만 하고 괴롭혀 온 유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렸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반대하는 연희의 엄마까지 베개를 눌러 죽입니다. 결혼을 반대한 이유가 연희가 자신을 간호해야 되니 결혼을 승낙할 수 없다는 논리였으니 죽어도 싸지만 아무리 그래도 실행을 하다니 안 될 일이지요. 

 

그리고 연애의 이면 라스트 씬에서, 연호는 자신들의 결혼식장을 찾아온 보영을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연희는 연호의 범죄를 적극적으로 숨기기로 작정하고 행동에 돌입한다는 황당한 결말로 연애의 이면은 끝을 맺습니다. 

 

작가는 이렇게라도 연희에게 자유의 삶을 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연희가 너무나도 소극적으로, 자기희생으로만 삶을 살아왔기에 연호라는 완벽한 남자를 선물로 주고 싶었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연희 같은 여자도, 연호 같은 남자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작가는 충분한 연애 경험이 없는 소설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 그런 느낌이 드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