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설

이방인 줄거리와 알베르 카뮈,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

책 읽는 밤 2022. 4. 7.

이방인,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 카뮈가 묘사한 거짓말을 거부했던 한 청년의 이야기

알베르 카뮈와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1942년에 발표한 그의 첫 소설입니다. 일상에 무관심했던 청년 뫼르소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선고를 선고받은 후에도 신앙에의 귀의를 거부하고 자신의 죽음과 마주치면서 실존을 깨달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1942년, 이 소설로 단숨에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이끌었고, 이 작품은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롤랑 바르트는 "카뮈는 신화가 되었다. 종전 후, 최대의 걸작"이라고 평가했고, 장 폴 사르트르는 "이방인은 엄격한 질서를 갖춘 고전 작품으로, 부조리와 관련해서, 그리고 부조리에 맞서 쓰인 책이다"라고 평했습니다.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는 1913년 알제리 몽드비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그의 집안은 가난했습니다.

 

공립학교 2학년 떼 담임인 루이 제르맹은 집안 형편이 어려운 카뮈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인 교습을 해 주었고, 장학생으로 발탁되어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57년 마흔넷이라는 젊은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는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을 루이 제르맹 선생님에게 헌정했습니다.

 

알베르 카뮈, 삽화 호세 무뇨스

알베르 카뮈는 노벨문학상 상금으로 루르마랭에 시골집을 비로소 마련하고 그토록 염원하던 집필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으나, 1960년 1월 4일 친구 미셀 갈리마르가 모는 자동차를 타고 파리로 가던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계의 고전이다보니 국내에서도 여러 출판사가 번역 출간했습니다. 리디북스에는 김예령이 번역한 열린책들의 전자책이 있고, 종이 책으로는 김화영이 번역한 민음사 번역본이 원전에 충실합니다. 번역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정서가 번역한 새움출판사 번역본은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문맥이 지나치게 매끄러운 감이 있습니다.

 

소설 이방인은 카뮈가 말했듯, 과잉 장식이나 수다스러운 문체가 아닌, 가장 말을 적게 하면서도 가장 많이 말을 한 작품입니다. 군더더기 없고, 암시적인 이미지들은 자칫 이 탁월한 걸작에의 입문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 책세상이 펴낸 출간 70주년, 알베르 까뮈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2013)은 그래픽 노블의 거장으로 불리는 호세 무뇨스의 삽화가 매장마다 곁들여져 있어 입문용으로 읽기에 좋습니다. 역자는 역시 김화영입니다. 현재는 절판되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시면 됩니다.

 

번역명 유래와 뜻

번역가 김화영에 의하면 소설 L'Etranger은 1953년 7월 10일, 이휘영 교수의 번역으로 '이방인'이라는 제명으로 '청수사'에서 처음 번역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가격은 700환. 

김화영은 원제 L'Etranger가 이방인으로 그때부터 굳어졌다고 하면서, 한불사전에서 Etranger의 뜻을 찾아보면 형용사로 외국의, 외부의, 국외자의, 낯선, 생소한, 무관한의 뜻이 있고, 명사로 외국인, 외부사람, 국외자 등으로 뜻풀이를 하고 있을 뿐, 어디에도 이방인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일본어 번역을 그대로 따라간 이휘영 교수의 제명 이방인, 지금은 이 소설의 제목이나 주인공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굳어졌습니다.

 

목차(민음사 번역본)

2019년 새 번역에 부치는 말
1부
2부
『이방인』에 대한 편지 - 알베르 카뮈
미국판 서문 - 알베르 카뮈
『이방인』을 다시 읽는다 - 로제 키요

작품해설
작가 연보

 

이방인 줄거리

 

주인공 뫼르소가 살았던 알제의 거리, 삽화 호세 무뇨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첫 문장입니다. 주인공 뫼르소가 화자가 되어 말하는 소설의 줄거리는 간결하기 그지없습니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청년 뫼르소는 어느 날 양로원에 계시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전보를 받습니다. 이방인의 첫 문장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행간에서 암시하고 있습니다.

 

소설 1부는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알제에서 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마랭고에 있는 양로원에 찾아가, 장례식을 치르고, 다시 알제로 돌아오는 여정을 건조한 문체와 이미지로 묘사합니다.

 

장례식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뫼르소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으며, 입관한 모습을 보지 않았고, 양로원 사람들이 보기에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보였습니다. 

 

뫼르소는 장례식을 마치고 알제에 돌아왔을 때 이제는 드러누워 열두 시간 동안 실컷 잠잘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의 기쁨은 그러한 것들이라고 회상합니다.

 

뫼르소의 애인이 된 마리

장례식에서 돌아온 뫼르소는 같은 회사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했던 마리라는 여자를 해변에서 만나 수영을 하고, 페르낭델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함께 집으로 돌아와 같이 잠을 잡니다.

 

황혼이 지는 알제의 거리를 내려다보던 뫼르소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엄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뫼르소는 다시 회사에 출근을 하여 일을 많이 했고, 저녁에는 같은 층에 사는 이웃 레몽 생테스를 만나 그의 정부의 오빠를 두들겨 팼고, 정부도 피가 나도록 때렸으며, 정부에게 보낼 편지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뫼르소는 레몽의 마음에 들지 않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기에 레몽의 마음에 들도록 편지를 썼습니다.

 

그 후로 뫼르소는 일주일 동안 줄곧 일을 했고, 다시 토요일에는 마리를 만나 그녀가 붉고 흰 줄무늬가 있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가죽 샌들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몹시 정욕을 느낍니다. 탄력 있어 보이는 젖가슴이 완연히 드러나 보이고, 햇볕에 그을어 갈색이 된 얼굴이 꽃처럼 아름다웠다고 생각합니다.

 

마리가 그의 파자마를 입고 소매를 걷어올리고 웃었을 때, 뫼르소는 또 정욕을 느낍니다. 마리가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뫼르소는 대답합니다.

 

그때 레몽의 방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나고, 경찰이 출동하고, 레몽은 뫼르소에게 정부가 그에게 버릇없이 굴었다고 말하기만 되는 증인이 되어주기를 부탁했고, 뫼르소는 그의 증인이 되기를 승낙합니다.

 

해수욕을 하는 뫼르소와 마리

레몽이 알제 근처의 조그만 별장으로 와서 일요일 하루를 보내자고 뫼르소를 초대했고, 마리와 함께 별장으로 간 뫼르소는 그녀와 함께 해수욕을 즐깁니다.

"물속으로 들어가요" 하고 마리가 말했다. 우리는 뛰어가서 곧장 잔물결 속에 몸을 뻗었다. 몇 번 팔을 저어 헤엄쳐 가다가 마리가 나에게로 달라붙었다. 그녀의 다리가 나의 다리에 휘감기는 것을 느끼고, 나는 그녀에게 정욕을 느꼈다.

 

뫼르소와 레몽이 해변을 걷고 있을 때, 예의 그 정부의 오빠와 일행들이 위협적으로 다가왔고, 그들은 난투극 끝에 레몽의 팔과 얼굴에 칼을 휘두르고는 도망쳐버렸습니다.  

 

칼을 가진 정부 오빠인 아랍인

레몽이 응급 처지를 하고 한참 후에 다시 해변을 걸었을 때 또다시 그 아랍인들이 나타납니다. 레몽이 뫼르소에게 권총을 주었을 때, 그들은 뒷걸음질 치며 달아나버렸습니다.

 

레몽과 오두막까지 다시 돌아간 뫼르소는 여자들과 상대할 생각을 하니 맥이 풀려 다시 혼자 바닷가 쪽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해변가에 혼자 드러누워있는 그 아랍인을 만나고, 그는 몸을 일으키지 않은 채 단도를 뽑아서 태양 빛에 비추며 뫼르소에게 겨누었고, 뫼르소는 방아쇠를 당겼고, 그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에 다시 네 방을 쏘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뫼르소에게 불행의 문이 열리는 소리로 소설 1부는 이렇게 끝납니다. 

 

배심원들

이방인 2부는 뫼르소가 체포되고 예심 판사와 변호사가 그의 살인죄를 심문하는 재판 이야기입니다.

 

예심판사와 변호사는 죄인인 뫼르소를 개종시켜 용서하고 싶어 하지만 뫼르소는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속이거나 은폐하지 않고,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지 않습니다.

 

뫼르소는 진실함을 잃지 않기 위해 거짓말 하기를 거부하였고, 법정은 그에게 결국 사형을 선고합니다. 사형수로서 인생을 생각하고 시지프스 신화처럼 인생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뫼르소의 진술을 음미하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가장 큰 묘미입니다. 

 

작품 해설

뫼르소는 변호사의 권유에도 스스로 저지른 죄를 뉘우친다고 말하기보다는 귀찮은 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뫼르소에게 거짓말은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고 작가 카뮈는 말합니다.

 

예심판사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울지 않고 냉담하게 보였다는 것, 담배를 피웠다는 것, 장례식 직후 애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관계를 맺었다는 것, 여자 장사를 하는 레몽의 증인이 되었다는 것, 강렬한 햇빛 때문에 총을 솼다는 것, 죽은 이후에도 네 방을 더 쏘았다는 것, 뉘우치지도 않는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을 논리적으로 결합하여 뫼르소를 단죄하였습니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 이방인을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 울지 않는 모든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역설적으로 요약한 바 있습니다. 뫼르소가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변명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형에 처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한 거짓말은 일상에서 누구나 하고 삽니다. 그러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사회는 단죄하려듭니다. 뫼르소는 결혼에도 무관심했고, 야망에도 무관심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무관심했던 그에게조차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간단하게 인생을 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하는 소설 '이방인'입니다.